보고 읽고 쓴다. #스위트홈 #넷플릭스
분석 말고 분해가 필요해.
오. 영리한데?
'스위트홈'(넷플릭스 드라마)을 보고 느낀 점은 이 두 가지다.
분해부터 먼저 해보자.
장르물을 좋아해서 많이 보고 읽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물론 놓친 것도 있겠지만.
스위트홈의 설정은 여러 작품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도용은 나쁘지만 차용은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설정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첫 번째, 드라마의 배경.
장르물에서 생존자나 용의자 또는 주인공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을 집단으로 가두는 것은 긴 역사가 있는 설정이다.
스위트홈을 보며 우선적으로 떠올린 작품은 미스트(스티븐 킹 원작)다.
미지의 괴생물체를 피해서 대형마트에 갇힌 주민들의 사투를 다룬 소설이고,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역시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 드라마화되었던 '언더 더 돔'을 연상할 수도 있겠다. 미스트보다 사이즈가 커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작은 마을이 투명한 돔으로 덮여서 고립되는 이야기.
이런 류의 설정이 효과적인 것은 고립된 환경 속에서 변해가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반응과 방식을 하나하나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명씩 전사(前事)를 보여주며 캐릭터를 강화하기에도 좋다.
재개발을 앞둔 낡디 낡은 그림홈 아파트를 고립지로 선택한 설정은 여러모로 영리해 보인다.
장르물에 걸맞은 장면을 만들기도 좋고, 비밀의 통로와 공간을 갖추기에도 아주 좋다.
두 번째, 우리 편 괴물의 존재라는 설정이다.
진격의 거인이 떠오르지 않은가?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과 싸우는데 인간은 무력하다. 괴물은 괴물로 상대해야 효율적이다.
우리 편 괴물이 적보다 아직은 조금 약하거나, 아직도 남아있는 인간적인 고뇌로 멈칫 거린다면 더 긴장감 있는 스토리가 된다.
두렵지만 꼭 필요한 존재. 그가 주인공이다. 뻗어나갈 스토리의 가짓수가 무수하다. 영리한 전략이다.
세 번째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안길수 노인(김갑수 분)의 대사를 보자.
"난리통에서 군인들 믿는 거 아니다." 모습은 60대인데 6.25를 겪은듯한 대사를 한다.
이런 재난상황에서 공권력 즉, 군인과 경찰을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최악 중의 최악이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 다수를 위해서라는 미명으로 권력이 시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다룬다면 지옥이 된다.
괴물화가 진행되지만 아직은 인간인 사람들을 731부대의 만행 같은 무자비한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설정은 '아인'(일본 망가, 아니메)에서 따온 듯 보인다.
분해를 하니 뼈대만 남는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이런 설정들을 버무렸을까.
스위트홈의 하이콘셉트는 '욕망이 괴물이 된다'이다.
매력적이다. 딱 한 줄만으로도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든다.
우리는 뉴스와 신문에서 참 많이 봤다. 그렇게 매력 있고 정의롭던 사람이 어떻게 욕망에 잡아먹히고 괴물로 변하는가를.
그런데 나는 아닐까? 괴물이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생존자인 그림홈의 주민들도 너와 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옥이다.
욕망의 개별성은 전염이 아니라 발현일 수밖에 없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현한다.
일본 좀비물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들은 마지막 소망의 모습으로 좀비가 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드라마 초반 에피소드에 나오는 괴물들은 각자의 욕망에 완전히 잠식당한 사람들이다. 욕망 외에는 아무런 인간적인 면도 남지 않은.
주인공 차현수를 비롯한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이 돼가는 모습은 어쩌면 욕망이 '소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서 현수를 감싸 안거나, 자궁 속으로 들어가 고치가 되고, 가발을 벗고 털북숭이 괴물이 되는 모습이 그러하다.
욕망이 욕심일 때는 추악한 괴물이 되지만, 결핍에서 오는 소망일 경우에는 안타까운 모습의 괴물이 된다.
괴물이지만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고 돕고자 한다. 희생도 한다.
그린홈에서는 욕망이 욕심과 소망으로 나뉜다.
그림홈에서는 버림받았다는 느낌의 결핍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지키고, 자신을 희생하며 서서히 가족이 된다.
그린홈은 스위트홈이다.
유사 가족도 가족이다.
스위트홈은 대놓고 시즌2를 예고한다.
이 모든 설정들이 갖는 확장성을 어쩔 것인가.
예고편에 가까운 마지막 장면이 아니더라도 이대로 끝내기엔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