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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묵 Apr 27. 2016

한국 헬스케어 산업, 의사의 숫자가 문제인가?

의사들의 경쟁이 헬스케어 산업의 필수요소인가?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 점부터 명확하게 먼저 이야기한다.


그동안, IT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해온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난도질하는 무지한 정책입안자들 때문에 이번 글을 끄적거려 봤다. 짧은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만들어진 내용이기 때문에 잘못된 시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먼저 인정하고 시작하겠다.


하지만,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의사의 숫자를 늘려야 하고, 늘어난 의사들끼리 경쟁에 의해서 의료서비스의 비용이 떨어지는 것을 유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과연, 한국 의사의 숫자의 많고 적음이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한 팩트인가?. 의사의 숫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서 헬스케어 산업에 무슨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나는 보통 이렇게 반문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는데 개발자 숫자가 많다고 발전하나요?'


의사의 숫자이건 개발자의 숫자이건 인력이 많이 양성되고 그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이 만들어지며,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논리를 이야기하는 구닥다리 같은 꼰대들에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 알파고가 아니더라도 알고리즘 때문에 일반적인
의사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현재 하는 일만 하는 의사의 숫자가 줄어 든다는 이야기이지, 앞으로 인공지능과 IT기술을 활용하는 의사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더 넓은 범위에서 환자를 케어하고 더 심도있는 방법으로 환자의 사회적 증상부터 미시적인 유전체 정보까지 폭넓게 렌더링하는 뉴타입의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동네 개원의이지만 IT기술과 접목한 정밀의료기술과 포괄적인 케어기술을 통해서 대학병원이상의 질관리가 가능한 의사의 출현도 예상해본다. ( 분명, 대단한 스타의사들이 등장할 것이다. )


의대가 별도로 트레이닝 되어진 인공지능들간의 경쟁도 기대된다. 좀더 새로운 시도를 많이하는 적극적인 성향으로 트레이닝된 인공지능도 있을 것이고, 안전한 성향을 가진 인공지능 의사의 형태로 트레이닝도 될것이다.


의료소비자나 지역의 로컬 병원들이 어떤 인공지능을 몇개의 컴포넌트로 구매하고, 그들을 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심도있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현재의 프로세스만을 지키는 의사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의사의 숫자가 줄기 전에 더 단순하게 제조에만 매달리는 약사의 숫자가 먼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의약품 배송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의료기관 내에서 휴먼에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로봇이나 기계가 약을 제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제 굳이 더 설명할 필요없다.


매우 당연하게 동네 약국이 사라지는 시대를 조만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 당직약국이 필요없고, 필요시 퀵서비스로 약을 배송 받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예측하는 형태는 종합병원은 학술적으로 좀더 변화하면서 규모를 줄이고, 인공지능을 트레이닝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중요한 지식 거점 병원의 형태로 변화하고, 동네 개원가의 능력이 인공지능으로 급성장하면서 상당한 1차 의료기관에서 커버되는 의료서비스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해본다.


또한, 한국식 3분 진료가 가능하도록 인공지능들이 의사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강화될 것이며, 의사들은 논문을 적게 읽어도 진료에 필요한 정제된 경험과 지식을 인공지능을 통해서 손쉽게 얻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사들은 매우 빠르게 능숙해질것이다. ( 현재, 한국적 의료서비스 환경에서 탄생하는 인공지능은 정말 기대된다. )


내가 아는 의사들은 매우 데이터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에 빠르다. 근거가 명확하고 그 효과가 명확하다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매우 훌룡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며, 기본에 충실한 과학자들이다. 통계적으로 근거가 명확한 방법에 대해서 매우 빠르게 진보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매우 당연하게 이런 시스템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 물론, 거부하는 의사들도 있겠지만, 도태될 것이다.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이야기할 테니... )


오히려 인공지능이 빠르게 도입될 분야는 보험회사이거나 정부기관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사고가 발생되면 사람들은 고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왓슨이나 알파고 와 같은 헬스케어 정보로 학습되어진 인공지능에게 질의하고 의료진의 실수를 찾아낼 것이다. 법정에서 이 자료들은 근거 있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직 의대생 수준의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들이지만, 조만간 의사 라이센스를 획득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지능에게 진료받고 의약품을 배송받는 시대가 되며, 소수의 명의들이 대부분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모니터링하고 케어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는 사람에 엄청난 시간과 공간적인 능력을 확대한다.


물론, 슬프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원격의료는 무의미하다. 동네 병원에 저렴한 비용으로 10년 경력의 전문의를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원격의료를 소비자들이 선택할까?


앞으로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필요한 의사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바로 예측되는대 의대를 늘려서, 의사의 숫자가 더 많아져야 한국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이 간격을 기술과 서비스로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것이 해당 도메인 전문가의 자세 아닐까?


둘째. 의사의 숫자가 많아진다고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 아니다.

정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이 경쟁을 통한 인건비의 하락과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대한 착각일 뿐이다. 의사는 단순 노동계약을 하는 집단이 아니라, 전문지식으로 각자 개별 사업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의사의 숫자를 '의료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책입안자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개원의이건 종합병원의 의사이건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소기업 사장'과 같은 사업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종합병원의 구성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가 일반 기업의 이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300명의 의사가 있다면, 300명의 상무이사가 존재하는 이사회를 생각하면 더 쉬울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실제 의료서비스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소기업 사장'의 관점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


의사의 월급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완전하게 틀렸다고 생각한다. 마치, '중소기업 사장'의 월급이 많은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완전 제로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헬스케어나 보건의료에 대한 기초적인 관점이나 개념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산업이라고 부르기 바란다.


셋째.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환경의 질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의사의 숫자의 적고 많음이 문제가 아니며, 의료기관의 숫자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지불되는 비용인 의료수가는 높지 않다. 죄송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국민의 보건의료를 포기하고 완전 민영화의 극단으로 달리는 미국식 보건의료 환경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


미국의 오바마케어의 궁극적인 모델은 한국의 보건의료 환경에 가깝다. 물론, 이것 저것 삐꺽거리는 의료 서비스 체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의료서비스의 질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저렴한 수가 체계에서 매우 퀄리티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현재 한국적 보건의료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질'을 포기하면서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거나, 시스템을 붕괴하는 형태의 헬스케어 발전 방향은 매우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강한 강점을 포기하면서까지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면, 굳이 이 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현재의 강점을 포기하지 말자.



좌우지간, 의사의 숫자와 
헬스케어 산업의 승패와는 그다지 큰 관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과거라면, 디지털 헬스의 커넥티드 기술이 없었을 때에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고, 구성하는 것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국내의 의료진이 아니라, 해외에서 개발되어진 인공지능 의료 컴포넌트를 구매해서 국내에서 적절하게 조정한 다음 서비스를 개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더 암을 한 것은 이런 상황이 미국 의료서비스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왕성하게 성장한 의료 서비스 컴포넌트를 구매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환경까지 걱정이 된다.


정말 걱정되는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을 위하여 다 같이 고민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정말 뜬금없는 한국의 의사 숫자가 많고 적음이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전하고 싶다.

물론, 이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무지한 정책입안자들 때문에 한국적 보건의료 환경이 탄생했다고 개인적으로 분석해 본다. 군사 정권 시절에 강제로 통합된 의료보험제도의 삐딱함과 의료수가를 정의하는 무식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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