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미 불완전하게 실현된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일을 하고 있지만, 자유롭게 원하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더 폭넓게 해석을 한다면, 여행을 다니면서도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나름 환상적인 개념이다.
커피 한잔과 노트북 하나, 테더링이 되는 모바일만 있어도 일은 충분하게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인데, 그 개념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여 업무를 보는 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개념이 미디어와 접목되면서 개념은 더욱 증폭된다.
단지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일한다는 개념에서 추가되어 캠핑 중에서도 일하고, 해외여행 중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개념이 버블화 된다. 그렇게 증폭되다 보면, 해외여행을 하고, 바닷가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는 모습이 최고의 디지털 노마드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오인을 하게 한다.
일단,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필요한 장소에서 일을 한다는 것으로 의미한다면, 일단.. 결혼한 사람들은 제외를 해야 하겠다.
아이들의 학업이나 기타 제반 여건들을 모두 무시하고, 정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려면, 가족과 함께 다니거나 해야 할 텐데... 특정 한 사람의 자유를 위해서 가족 모두의 시간을 운용한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를 좀 더 축약해보자.
정말 디지털 노마드는 사실상 현재 실현된 상태이다. 그 사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슬랙이나 텔레그램을 협업도구로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일하는 사람이 어느 장소에 있던지, 필요한 협업이 충분하게 가능하다. 필요한 업무 지시, 필요한 업무량, 필요한 의사결정들이 충분하게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단, 재택근무가 가능할 정도로 업무를 범위로 나누고, 품질을 조정할 정도의 내부 관리 문화나 형태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미리 깔아 둔다. )
둘째. 이미, 회사 내부에 카페를 많이 만들어 둔다.
현재 필자가 있는 굿닥의 경우에도 카페가 있었다. ( 신사에서 강남역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 직원들은 1층의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고, 엘로 모바일의 카페 공간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했다. 살짝 아쉬운 것은 강남의 케어 랩스 타워라는 건물을 사서 이사한 것은 좋았는데, 정말 독립적인 카페가 사라진 것은 정말 매우 아쉬운 점이다.
좌우지간, 이미 디지털 노마드는 협의의 의미로 모두 가동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직원들이나 개발자, 디자이나, 기획자들은 자유롭게 카페 공간에서 자신이 필요한 업무들을 수행한다. 노트북과 무선인터넷으로 외부로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하게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느끼게 한다.
셋째. 작업장을 떠나서 일을 할 수 있는 범위와 범주를 잘 정의한 기업들이 늘었다.
전형적인 스타트업 CTO의 작업대에 해당한다. 필요한 수치들의 시각화와 지표들을 보면서, 필요한 업무들을 지시한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이 정도의 작업환경은 갖추어야 하고, 사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40인치 대형 TV에 인프라 모니터링 시각화 화면도 동작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를 실현하려면, 이렇게 작업장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원격이나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의 작업 구분이 명확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에 어떤 방법으로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협업의 규칙과 회의의 규칙, 개발의 규칙들이 정형화되었기 때문에 디지털 노마드는 실현이 가능하다.
넷째. 디지털 노마드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품질 체계를 갖추고, 신뢰 모드를 가지고 있다.
최소한, 원격에서 필요한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뢰와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에 대해서 서로 믿을 수 있는 품질 체계를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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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디지털 노마드 환경에 대해서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몇 가지 환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적을 하고 싶다.
첫째. 업무에 집중하려면 필요한 도구와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작은 화면에서 작은 일은 어떤 장소에서도 가능하지만, 복합적이거나, 통제적인 업무들, 개인이 집중도가 높은 업무들은 확실하게 '작업장소'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해변가나 휴가 중에 노트북으로 업무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
일단...
아무리 인터넷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해외에서 접근되는 인터넷 속도는 엄청 짜증 난다.
그리고, 필자 같은 경우에는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에는 쥐약이다.
해변가에 바람이 불면, 종이가 날아가고, 결국 실내로 들어와서 불편한 탁자와 불편한 의자에서 작업을 해보니 정말 짜증이 나더라는...
생각해보면, 사무실의 의자나 책상 등의 환경은 내가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고,
개인적으로 키보드는 언제나 통일해서 사용한다. ( 집의 키보드와 사무실 키보드는 같은 것을 사용한다. )
이런 환경이 되어 있지 못하면, 집중이 잘 안된다.
디지털 노마드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의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은 정말 용납할 수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작업은 단순한 수정, 단순한 기획 문서의 리딩 정도가 전부였더라는....
둘째. 제대로 된 휴식도 어렵더라는...
휴식은 휴식, 일은 일이 되어야 하는데, 이 모드의 전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일과 휴식을 제대로 하려면, 디지털 노마드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것들이..
휴가 중에 날아오는 슬랙 메시지는 정말 스트레스에 해당된다.
특히,
운영상의 문제이거나...
버그 상황이라면...
휴가는 그 순간부터 고통이다.
셋째. 혼자 여행? 잠시 떠나는 자유로움은 있겠지만, 그러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대부분 동의하는 것은...
작업은 규칙과 순서가 있고, 동일화된 과정을 통해서 매우 효과적으로 얻어진다.
매일 출근하면서 보는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고.
그들과 공동의 목표를 꿈꾸는 것이 즐거운 것이지...
혼자 많이 삶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가족이 있다면? ㅎㅎ
넷째. 프리랜서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 역시.. 많이 떠나 있지 못할 것이다.
짧은 수간의 자유로움과 휴가는 가능하겠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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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이미,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것을 실현하고 있다.
1. 노트북을 들고, 회사 어느 공간에서건 일할 수 있다면...
2. 슬랙이나 텔레그램으로 업무와 관련된 메시지를 주고받고, 디지털 협업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면...
3. 각자 해야 할 업무의 롤과 타스크, 기간과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프로세스가 있다면...
4. 서로의 업무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으며, 믿을 수 있다면...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는...
마케팅적 용어인...
휴가지에 가서 일하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는...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느려 터진 인터넷에, 필요한 자료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동료와 수다가 없는 환경이...
디지털 노마드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냥.. 마케팅 적인 환상일 뿐이다.
ps.
그리고,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라면...
행간을 읽어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