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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변형의 시]

{시라는 존재}

詩라는 존재(存在)는 화학적(化學的)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다르게 설명하면 1과2를 더하면 3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번호가 바뀔 때 변하는 감동(感動)을 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는 방법 -


즉 상상과 창작(創作)이라는 작용(作用)이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詩를 쓰는 일은 이런 이치(理致)이고 시의 상상력은 사물을 물활적으로 살아나게 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意味)로 탄생(誕生)하는 일정한 절차(節次)를 거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能力)은 시인 개인의 전적인 역할이면서 시인의 능력에 귀속(歸屬)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또한 시는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의 따라 개개인 눈이 작용하는 것이다.


보는 시인 마음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얼마나 창조적(創造的)이고 상상적(想像的)인 물상(物像)을 보느냐에 따라 창조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想像力)의 한계를 한층 높일 때, 詩는 나타내는 이름일 것이기에-


이연숙의 시는 다소 애매모호 하지만 일정한 詩的 구축(構築)의 탄력을 가지고 명료한 이미지 구축과 변형(變形)의 길을 점검(點檢)하기로 하자.


 무엇이 무엇을 가져온다는 형태는 가장 기초적(基礎的)인 (意識)의 전달경로이다.


구름이 바람을 가져올 수도 있고 바람이 그리움을 실어 오는가 하면 바람, 구름, 물 등이 사랑을 실어 오는 형태로 詩心을 옮기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네가 내 곁에 없어도』나 『비로 오시나이까』 등이 시인의 정서를 승화(昇華)시키거나 혹은 이미지 공간(空間)으로 끌고 가는 일정한 메신저 역할이 있어 목적지(目的地)에 이르는 형태를 취하는 구성에서 그를 엿보게 된다.


 

너를 보내고 설레는 마음


눈 감아도


모습 그대로인데


세찬 바람이 불어도


나 마지막 잎새로 남고 싶다.


나 네가 없어도 그날을 기다리련다



〈네가 내 곁에 없어도>


역설적(逆說的)인 방법(方法)을 동원하여 “네가 내 곁에 없어도”라는 뜻은 너의 크기를 강조하려는 발상(發想)으로 출발하여 그리움의 간절함을 토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싶다. 詩는 역설(逆說)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는 시인의 재능이며 시의 제작(製作)에 (透映)되는 의식의 집중화를 위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징을 위한 문맥(文脈) 상호관계 속에서 모호함을 가지면서도 전달하는 의미의 기교가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너와 나의 결합(結合)은 허상(虛像)의 네가 없어도 “눈을 감아도” “혹은 없어도” 반복에 따라오는 그리움은 하나로 길을 만들고 詩의 구조에 응집(凝集)되는 것이다.


 


먼 시야에 스치는 소리가


반가운 마음으로 가슴 열었더니


보고 싶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뿌연 빗물이 되어 오시나이까


그저 가슴까지 차오르는 그리움


애타게 불렀는데


멀지 않은 길 이제야 찾으시나요.


질퍽 이는 늪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어도


이 밤


기억에 고이 간직하겠나이다.


 〈비로 오시나이까〉


 이연숙의 詩는 물(水)과 그리움의 특성을 잘 이해 하면서 시인의 정서를 잘 이끌고 가면서 어떤 미지(未知)의 공간을 방문하여 변화(變化)를 맞게 되는 상황 상황에 적응(適應)을 잘하는 것 같다.


그저 가슴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부르는 애절한 형상(形像)을 빗물로 인해 비로소 만남을 이루는 절차가 수행된다. 그리고는 “기억에 고이 간직하겠나이다” 의 절규가 승화되어 경이로움마저 든다. 또한 후회가 없는 만남 즉 간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메시지에서 나와 함께 일치한다는 뜻이기에 선택 또한 “이 밤”이 막다른 골목이지만 “고이 간직 한다.”는 마음의 정서가 시인의 아름다움만이 남는 것이 아닐까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의 고운 마음이라 할 것이다.


 


웃음마저 잃어버리고


숨 쉴 수 없이


늑골 뼈 속 아픔일 때



네가 그리우면


빗물로 찾아가


느릿한 거북이 되어


알몸으로 눕고 싶다.


 


비 내리는 바다의 바람으로


눈물 삼키듯 온몸 섞어


하얗게 부서지는 泡沫(포말)이 되고 싶다.


 〈바다 네가 그리우면〉


 이연숙은 바다나 혹은 파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듯하다

아니면 그러한 곳에서 살고 있거나 -


왜냐하면 주로 등장하는 바다, 혹은 파도, 강, 등의 이미지가 많은 것은 환경적인 요건(要件)에 의해 詩의 이미지를 유추할 수 있다.


『보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고향 바다는』 등은 물의 이미지가 주는 이동성을 통해 그리움의 추구 등 상당한 詩語에 이러한 정서를 동원하는 것은 시인의 삶의 직접적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기가 하나도 없는 푸석한 마음에서 바다를 부르는 것은 파도에 의해 목마른 정서를 옮기고 싶은 감수성(感受性)의 절실성이 정신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인자(因子)라는 점이다.


 이러한 열망(熱望)의 정서는 “알몸”이라는 상황까지 설정해가면서까지 “섞어 섞어”가 반복적으로 나와, 바다가 한 몸이라는 것을 호소하는 듯하다


물론 하나의 결합하는 ‘한 몸’은 파도가 되어 “부서지는” 포말이 되고 싶다는 완벽한 통합체의 실현을 꿈꾸는 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눈물로 하나가 되는” 것과 “바다” 혹은 파도가 하나이기를 지향하는 것은 결국은 물의 속성을 통일체를 이루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詩語가 다를지언정 목적을 향하는 의도<lrention>에서는 동일한 구조로 결합하는 은유의 원리가 아닐까 한다.


 


자아에서 흐르는


뜨거운 입김 품어내며


네 전신을 지날 때


구겨진 가슴 움츠린 것에


적당히 젖은 채 펼쳐진 날개 위로


눈물은 다시 하얀 입김 피워 올리고


감추어진 지난 이야기


다시 기쁨이 되고 사랑이 되어라.


 


<자아>에서


 자아(自我) 즉 마음이라는 상징이 인간의 심장을 휘 돌아서 눈물로 변하고 다시 그 눈물은 수증기로 기화하여 하늘에 이르면 사랑의 기쁨을 가져오는 순환의 이어짐은 계속되는 것이기에


이런 현상은 사랑의 영원성을 뜻하는 원<圓>으로서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고향 바다는』 등은 사랑의 순환은 언제나 노래로 다가오는 길을 만들고 있으면서 듣려 오는 소리의 감각(感覺)에서 다시 천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사랑의 고귀함은 시인의 정서를 따스하고 포근함으로 감싸는 온기의 삶의 길을 채색(彩色)하는 인상이 풍긴다.


이는 고귀함으로 세상을 포장하고 詩語로서 그리려는 자아(自我)가 형성되어 있기에 향기와 같은 사랑의 그런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2. <에필로그>

 

詩는 마음의 그림을 그릴 때 아름다운 정서가 채색(彩色)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그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화려한 유채색(有彩色)의 공간을 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시인 개개인들만의 개성이고 창조의 기법(技法), 상상의 기법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이연숙의 詩는 화려하기보다는 검소하고 열정적(熱情的)이기보다는 따스한 것 같다.


이런 현상은 그만의 개성이며 삶의 모습을 詩로 투영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詩는 마음이 그리는 자아가 창조하는 고백(告白)을 문자로 포착(捕捉)하기 때문이다.


이연숙의 詩는 물기가 젖어 있다. 다시 말하면 물에 의해서 정서를 이동하는 특성이 있으며 시적 대상에 물기가 젖으면 화학적(化學的) 반응(反應)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변화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물은 곧 아름다운 꽃으로도 변할 수 있고 무지개로 변화를 시키기 때문에 물로서 전달하는 기교야말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는 과학적인 개념(槪念)이 우선하고 영원성을 믿는 의도를 느끼게 하기에 -


특히 바다, 강, 모두 물로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아름다움을 그리려 하는 아니 전달하는 독특한 시인- 이연숙의 시는 아마도 그렇게 물처럼 맑고 영원하다. 그리고 신선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길이 보이는 것 같아 흐뭇한 기분으로 나가련다

 


2021. 05. 06.


금요저널 주필/문화연구위원/칼럼리스트/이승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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