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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서포터즈

작가(손대희) - 조치원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5기


도시재생 서포터즈

- 손대희 작가 -


'조치원'

  청주에서 대학교를 다닌 나에게 ‘조치원’은 너무도 따뜻한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대학교 1학년 이제 막 신입생 딱지를 벗기 시작했을 무렵, 나에게 꿈만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반년 가까이 혼자 짝사랑하던 동아리 선배와 둘이 나란히 앉아 기차 여행을 하게 됐으니 꿈만 같단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물론,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모든 동아리 멤버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었지만, 짝사랑하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 함께 한 그 시간의 두근거림과 따뜻함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심장이 요동칠 만큼 생생하다.     


“안녕하세요. 조치원 도시재생뉴딜 현장지원센터 OOO입니다.” 

    

  어느 날, ‘낯선 전화번호’로 ‘낯익은 도시’의 업무 협약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도 전에 함께 하겠다고 대답했다. 조치원에 대한 따뜻했던 기억은 순간 나를, 이성적이지 못한 매우 감성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청춘, 청춘을 만나다.     

  내가 기억하던 20년 전의 조치원은 청춘의 간이역 중 하나였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 중간에, 그리고 그 여행의 마지막에 들르던 곳이 바로 조치원역이었다. 그런 조치원의 청춘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말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내가 직접 발로 뛰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발로 뛰는 청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멘토링을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보상을 떠나서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음을 준비하는 힘, 청춘력     

나는 나의 저서를 통해 ‘청춘’을 재정의 했었다. ‘지금’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뛰어넘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이다. 

‘다음’, ‘다음’

그 어느 때보다 ‘다음’이 절실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2020년이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다음에 한 잔 하자.”     


 이전까지 이런 인사는 서둘러 만남을 마무리하는 성의 없는 멘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요즘의 이 인사는 진심으로 그 ‘다음’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긴 ‘소망’과 ‘희망’의 인사다. 

 그 ‘소망’과 ‘희망’을 담은 조치원의 ‘다음’을 위해, 조치원의 ‘청춘’을 위해 대학생 서포터즈와 나는 함께 하게 되었다.     


언택트 화상 미팅     

  어색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는 비대면 미팅을 진행했다.

‘PsyVeloper’, ‘시시탐탐’

 조치원 인근 지역의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인 줄 알았던 이 서포터즈 팀들은 전국의 여러 대학생들이 조치원 도시재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획해서 운영까지 진행하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팀이었다. 언택트로 모이지만, 누구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절묘하게 융합된 최적의 프로젝트 팀이었다.      

 조치원의 공실을 활용한 ‘마을공방’에 대한 아이디어나, 조치원 캐릭터 숭아댁, 숭이, 복이를 활용한 ‘공유 자전거’ 아이디어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질문들을 함께 하며 소파에 앉아 편하게 화상 미팅을 하는 나의 엉덩이에도 바짝 힘이 들어갈 정도로 그들의 열정이 모니터로 전해졌다.

     

“서포터즈를 위한 활동이 아닌, 여러분을 위한 활동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이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조치원의 재생을 위해 이번 서포터즈에 참여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소개서나 입사지원서에 한 줄 더 추가하기 위해 참여한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취업컨설팅 및 강의를 진행했던 나는 정말 의외의 포인트에 취업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기업이 인재를 능력만 보고 채용한다면 굳이 면접이라는 전형이 없어도 될 것이다. 입사지원서의 내용이나 스펙만으로도 능력은 충분히 검증 가능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면접 전형을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와 어울리는 인재인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어울림’이란 회사의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는 능력도 포함하겠지만, 회사의 방향이나 회사의 구성원과 함께 할 수 있는지 여부도 포함한다. 지금 당장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함께 할 만하다는 판단이 서면 출신 학교나 스펙이 부족해도 드라마틱한 취업이 가능한 이유이다.

 ‘함께 할 만하다.’는 판단을 위해서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떻게 책임졌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것을 증명하는 자리가 면접이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게 ‘기록’이다.

이미 충분한 열정을 가진 그들에게 나는 ‘기록’을 강조했다. 서포터즈를 위한 기록이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한 기록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서포터즈 활동이 끝났을 때, 똑같은 서포터즈였어도 누군가는 그냥 이력서에 한 줄이 추가되지만, 누군가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의 기록은 후에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증거가 된다.

 보잘것없는 내가 ‘기록’을 통해 강의를 하게 되고, 책을 쓰게 되고, 이런 청춘들과의 만남을 하게 됐듯이 말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함을 간직한 조치원과 주민들,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N세대가 만나 서로의 ‘다음’을 준비하는 ‘도시재생 서포터즈’ 사업은 이제 시작됐지만, 그 연결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자부한다.

 이 작은 시작을 통해 짝사랑과의 따뜻한 추억이 담긴 조치원에 두근거리는 숨결이 더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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