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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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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4. 2022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최초의 목공 재료는 대나무였다.
여름날 동네 뒷산에서 어른들 몰래 대나무 베어와서는 물 나올 구멍 망치와 못으로 뚫어 주고 긴 막대에 헝겊 촘촘히 감아 실로 단단히 묶어 주면 대나무 물총 완성!!!
- 어린 시절 만든 대나무 물총 설계도-
볼품도 없고 물 한번 쏘면 바로 물 채우러 가야 하지만 그 시절 그런 게 조금의 번거로움으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이것도 못 만들어 자기도 만들어 달라고 졸라대는 이웃 동생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가끔 공방에 찾아오는 동생이 홍차와 함께 왔다.
홍차에 어울릴 차시가 필요해서 대나무 뿌리를 찾아 시골 동네를 몇 군데 돌았다. 마침 대나무를 베고 뿌리를 뽑아 쌓아 놓은 곳이 있어 몇 개 얻으려 주인을 찾아가
니
"대나무가 웬수여 웬수"
무슨 말씀인가 하니 대나무의 번식이 왕성해서 뿌리가 밭으로 뻗어 밭을 망치고 또 대나무 모기가 얼마나 억센지 옷을 뚫고 문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돈 들여 베어 버리는 것이라고.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기억에는 대나무는 정말 쓸모가 많았다. 그래서 귀했으며 대나무밭 가진 집은 대개 부자였다. 그 쓸모가 많음으로 해서 엄청 베어 썼는데 이제는 쓸모가 없어서 베어 낸다고 하니 대나무 입장에서는 참 원통할 일이다.
"쓸모 있어서
베고
쓸모없어서 베고"
어쩌란 말이냐
대나무 숲의 피톤치드 함유량은 도심의 7배가 넘는다. 청량감 넘치는 대숲에서 댓잎 사이로 쏟아지는 볕은 머리를 맑게 하고 무리와 함께 하더라도 굽히지 않고 곧게 자란 성세는 화이불류
和而不流 화합하되 횝쓸리지 말라는 모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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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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