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목공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와이프가 지나가는 말로 부엌에서 쓸 작은 라디오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라디오를 검색하다 우연히 보게 된 나무 라디오! 라디오 그 이름으로도 감성적인데 나무 라디오는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 이걸 만들자! 마음은 먹었지만 며칠째 전혀 진척이 없었다. 나무로 형태를 만드는 건 어떻게 해보겠지만 라디오 모듈은 어디서 구입하고 조립은 어찌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의 관련 지식이 풍부한 분께 조언을 구하니 초보자가 하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뭐 그런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고민하다 라디오 모듈을 조립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냥 기성품을 사서 겉에만 나무로 바꾸어 주면 되겠다 싶어 적당한 라디오 하나를 구입했다.
마침 그 당시 다녔던 공방장도 같은 모델로 나무 라디오를 만드는 행운이 겹쳐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었고 7~8년을 우리 주방을 지켰다
이렇게 시작한 나무 라디오는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특별히 누군가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만드는 즐거움 하나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그 당시 상당히 많이 만들었는데 모두 인연 따라 떠나고 이제는 서너 대만이 거실장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기성 라디오를 리모델링해서 나무 라디오를 만드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기성 라디오로 만드는 것에 여러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는 고장 시 부품 수급이 곤란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리모델링만으로는 디자인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라디오 부품을 사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그 결론은 문과생이 겪어야 할 엄청난 시련의 시작이었음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