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만난 동생의 전화다. 도마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한다. 서너 달 전에 만들어 줬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우연히 도마를 보게 되었단다. 그런데 도마가 너무 낡아 보여서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다 한다. 하나 사서 줘도 되겠지만 공방에서 만든 수제 도마로 선물하고 싶단다.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왠지 격하게 응원하고 싶다. 두말하지 않고 만들어 주겠다고 답하고는 나무를 골라 재단하고 샌딩 해서 물에 씻어 말려 놓았다. 마르기를 기다리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 만드는 것보다 동생의 손길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여 말을 전하니 바로 오겠다고 한다. 동생의 전화 속 목소리가 연애 감성 중이라 그런지 들뜬 느낌이 든다. 동생의 연애가 잘 풀리기를 바라며 덤으로 줄 빵 도마를 다듬는데 나도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첫 결혼을 마치고 만난 인연이기에 더욱 잘 되기를 바라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