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아래 밭에 개망초가 담상담상 피었다. 공방이 생길 무렵에는 아랫마을 서씨 아저씨가 지었던 것을 시내 밭주인이 자기가 짓겠다며 거두어들였다. 그런데 한해도 짓지 못하고 시내 사람에게 대신 짓게 하더니 그 사람마저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좋은 옥토였던 밭이 풀이 무성해지고 이제는 개망초만이 무성하게 피어 있다.
공방에 어느 날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들었다. 채 어린 티도 못 벗은 녀석의 배가 홀쭉하다. 간식 몇 개 챙겨서 먹였더니 이제는 제집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닌 듯 며칠 사이로 고양이 두 마리가 더 나타났다. 세 마리가 서로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 싸움이 치열하다. 그리고 이 녀석이 흰 고양이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고양이 삶도 녹록지 않은 것이다.
비를 머금은 바람이 공방 앞 어린 느티나무를 뒤흔들면 마음 한편에는 비에 대한 모를 기대감이 서린다. 비가 길어지면 마음이 축 가라앉다가도 또 며칠 더위가 거세지면 비가 그리운 것이다. 이번 비가 내리면 사무실에 연차를 내고 아이들 방에 넣을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 작업은 빗소리에 묻혀 음악도 마음도 고요해진다. 그런 차분함과 적막감이 편안하다. 젊은 시절에는 사람에 기대서 혼자의 시간이 외롭게 느껴지더니 이제는 홀로 있는 시공간에 충만함을 느낀다. 비어 있어 온전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