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클래스였다. 사실 세 번 만에 칼을 능숙하게 쓰기는 무리가 있지만 최대한 칼자국이 덜 나게 세심하게 깎아 보라고 말씀드린다. 생각보다 칼자국이 많이 나서 공방장 입장에서는 기대에 차지 않아 사포로 좀 더 작업하길 권해드리니 "저는 지금도 이쁜데요"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두 분의 만족스러운 웃음이 생각의 씨앗으로 심겼다
회원 모두가 돌아가고 공방에 혼자 남아 정리하면서 사람마다 느끼는 만족의 기준에 대해 생각한다. 두 분이 깎은 나무 샤프가 나에게는 미완성처럼 느껴지는데 두 분에게는 이미 충분한 만족을 주는 것을 보고 어쩌면 저 두 분이 그러한 것처럼 나의 기대치를 낮추면 나에게도 만족함이 더 많이 찾아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에 고민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 혼자뿐이다. 아이들은 그저 좀 더 노력할게요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하고 미덥지 않은 아빠만 염려가 가득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나도 부모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을까? 아마 10분의 1도 못 미쳤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잘살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도 그러할 텐데 기다려주고 믿어주지 못하는 아빠다. 아빠가 좀 변해야 할 듯하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두 분 회원이 돌아가기 전에 나무 샤프에 레이저 각인을 했는데 각인 방식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방식은 펜을 쥐었을 때 손잡는 부분보다 조금 더 위쪽, 클립에 가까운 쪽에 받는 사람 이름을 각인하여 선물한다. 그런데 한 분이 샤프심이 나오는 아래쪽에서부터 각인하고 싶으시단다. 안된다는 법이 다행히 없으니 해보시라고 하니 사진처럼 각인하였다
- 미니야 힘내 곧 퇴근이야 -
자유로운 생각에 내 틀이 살짝 깨지는 느낌이다. 다음 클래스에서는 내 생각보다 깎는 분들의 생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조금 덜 관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가 배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