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플랫폼 Jul 20. 2022

공방의 감성 그리고 행복



목공을 시작하기 전에 공방에 대한 느낌은 감성이었다. 

나무 깎는 소리, 끌 가는 모습, 조용한 음악, 은근한 커피 향 이런 것이 연상되면서 뭔가 편안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멋진 원목가구를 만들어 내는 그런 감성이 흐르는 공간 말이다. 여러 공방을 다녀 보고 실제로 공방을 운영하면 공방이라는 한 공간 안에는 저런  감성적 시공간도 있지만 공방 운영에 밀려 생업전선으로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방을 운영하고 나무를 만지면서 감사한 일 중 하나가 감성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감성이 풍부해지면서 비로소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 가지만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결국 행복이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은 실체적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닌 감성의 한 형태이다. 이를 실체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내 감성을 깨우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이 메말라 있으면 일상에서 주는 작은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똑같은 상황이 와도 어떤 사람은 행복한데 어떤 사람은 아무 감흥이 없다. 이를테면 거친 나무를 대패로 다듬고 사포 작업을 하다 보면 숨겨진 나무의 멋진 무늬가 나타난다. 이는  볼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이런 걸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이 그리 소중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누군가 곁에 있어 함께 이 아름다움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으리라. 그런데 감성이 메마른 이에게 이는 그저 나무일뿐이다. 그냥 나무가 다 그런 거 지라고 느끼는 게 전부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생업 공간으로서의 공방의 시간을 잘 이겨내는데 필요한 건 감성적인 공간과 시간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가장 큰 위로는 현실적인 경제적 보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주위 목공방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버티고 이겨내는데 감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행복은 감성이다

감성이 메마르면 행복이 곁에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감성이 실아 있어야 비로소 작은 행복들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감성을 풍부히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걸 얻고자 해야만 비로소 실체로 다가온다. 공방에 와서 나무를 만지고, 시집을 사서 읽고, 숲에 가고, 가족과 함께 걷고, 글을 쓰고 이런 실체적 행동이 있을 때 비로소 감성도 문을 열고 행복이라는 것도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두려움과 손재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