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에 처음 오신 분들이 의례 칭찬해 주시는 말씀이시나 이 말을 들으면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멋쩍기도 하다. 이유는 그렇다. 정말 손재주가 좋아서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 때까지 수도 없이 다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솜씨 좋은 분들처럼 뚝딱뚝딱 잘 만들면 좋겠지만 그런 손재주는 타고나니 못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처음 만들 때에는 사전 공부도 많이 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도 다양하게 해 보고 실제 작업에 들어간다. 그래도 실패하고 틀어지고 망치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시간과 돈이다. 잘 만들 때까지 들여야 할 시간과 재료 구입에 들어가는 돈말이다. 하지만 들어간 시간과 돈을 어디에 전시할 수도 없으니 결과물만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게 아쉽다. 공방을 찾아와 "저는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건 못할 듯해요"라든가 또는 "저는 기계가 무서워서 못해요" 이런 말은 사실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 두려움
목공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루터라는 기계를 샀다. 박스를 개봉해 보고는 한 달도 넘게 켜보지도 않았다. 이유는 무서워서다. 소리도 무섭고 회전하는 기계의 모습도 무서워서 혼자서 켜보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기계가 주는 편리함을 알기에 꼭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 근처의 목공방을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첫 번째 배운 것은 작동원리이다. 두 번째 배운 것은 어떻게 사용하면 위험한가 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스스로 터득했는데 그것은 용기이다. 별것도 아닌 것에 용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떤 사람에게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라는 단어를 써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가장 많이 쓰는 목공 기계 중 하나이지만 내가 이 기계에 능숙해진 걸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두려움에 지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 손재주
인터넷 목공 카페 정기모임에서 우드 터닝(회전하는 기계로 나무를 깎는 것) 강연이 있었다. 카페의 숙련돼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만든 자리였다. 모두 시범에 따라 곧 잘하였으나 나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졌다. 손재주 좋은 분들 부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선배들이 가르쳐준 내용을 복기하며 깎고 또 깎고 또 깎았다. 연필 크기의 나무를 마대 자루 하나는 깎았다. 나무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깎고 지나가다 나무만 있으면 주어다 깎았다. 십 년이 지난 지금 공방을 운영하는 것은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끈기 있게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이다. 재주는 한순간의 빛이라면 노력은 일생의 태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