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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Jul 27. 2022

벽조목

해외에서 헤매다 귀국해서 직장에 첫 입사했을 때 공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도장을 선물해 줬다. 벽조목 도장이란다. 그 당시 벽조목이 뭐냐고 물으니 벼락 벽 대추나무 조棗 나무목木 일명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행운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벽조목 도장을 선물 받은 친구는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벽조목뿐만이 아니라 벽송목(소나무), 벽괴목(느티나무), 벽류목(오동나무), 벽도목(복숭아나무)의 오행목도 알고 일부 소장도 하고 있으니 세상 참 묘하다


아주 가끔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5대 행운목 중에 하나로 회사 대표 도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다행히 소장하던 벽조목이 있어 내어주고 나니 이제 채 얼마 남지 않아서 아끼고 있다


이 오행목이 평범한 나무에서 행운목 또는 벽사목(사사로운 것을 쫓아내는 힘을 가진 나무)이 되는 데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건 벼락을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벼락이라는 것이 아주 순간적이고 대개 빗속에서 내리치는 것이라 그 나무가 진짜 벼락을 맞았는지 알기는 참 어렵다. 그럼에도 벽조목 도장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아주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왜 벼락 맞은 나무가 행운을 불러오고 귀신을 쫓는다고 옛사람들은 생각했을까? 

벼락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평범한 나무를 행운목으로 벽사목으로 완전하게 바꾸는 걸까?


그것은 벼락이 가진 상상을 뛰어넘는 힘이 나무를 순간적으로 내리치면 나무는 일생 처음 받아들이는 엄청난 에너지에 본래의 나무 구성 형태가  바뀌어 특별한 힘을 지니게 되리라는 옛사람의 생각에서 유래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 대승불교의 최대 경전으로 불리는 금강경이 있다.

금강경은 산스크리스트어로 바즈라 쩨디까 쁘라즈냐빠라미따 수트라이다. 여기서 금강으로 의역된 바즈라가 바로 '벼락'이라는 뜻이다. 인도 신화의 인드라신의 무기 바즈라 즉 벼락이다. 바즈라 쩨디카는 모든 것을 부수는 벼락이란 말이고 이는 벼락처럼 내리쳐 나를 때리 부서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 인도 인드라신의 무기 바즈라(오른쪽) -



나를 벼락처럼 내리쳐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이 없어질 때 비로소 깨달음의 열쇠를 가진다는 것이 금강경의 말씀이다


금강경의 벼락과 나무에 내리친 벼락!


나를 깨트려 깨달음에 이르는  벼락같은 생각

나무에게 내리쳐 평범한 나무가 사사로운 것을 물리치고 행운을 얻게 해주는 벼락의 힘


곧 태풍이 시즌이다. 태풍 속에서 내리치는 벼락 한줄기 내 머릿속에도 내리쳐 나를 깨트리고 부숴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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