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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Aug 05. 2022

선택지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서랍장을 만들었다. 작은 아이 방에 둘 서랍장인데 서랍무늬을 특이하게 만들어 달라는 특이한 주문이 곁들여 졌다. 서랍 무늬는 차차 고민하기로 하고 손잡이를 사려고 가구 손잡이를 검색하니 정말 수만가지 손잡이가 나온다. 그냥 손잡이까지 스스로 만들때는 몰랐는데 손잡이라도 쉽게 갈려고 검색하니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수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각각의 손잡이들을 개성없이 보이게 하는 듯 하다. 


초등시절 늘 토요일을 기다렸다. 학교가 일찍 끝나서가 아니고 내일이 일요일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는 토요일 저녁에 방영되던 토요명화다. 프로그램이 시작 할 시간이 되면 행여 조금이라도 놓칠까 일찍 화장실도 다녀오고 기나긴 선전도 다 보았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타이틀 시그널. 단단단단 단단단단 다다단 ~~~♬ ♪ 《기타를 위한 아랑훼즈 협주곡 제2악장 아다지오》.  심장은 바빠지고 온 몸에 퍼지는 기분 좋은 그 리듬을 상상하는 지금 이순간도 그때의 기분이 느껴진다


토요명화는 1980년 12월 3일 토요일 황야의3형제를 첫 영화로 시작했다. 그 이후로 방영되는 영화 한편 한편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당시 따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골에 사는 어린아이에게 토요명화는 영화를 볼 유일한 기회였다.


지금은 수많은 영화를 얼마든지 골라 볼 수가 있지만 막상 고르려면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럴때 마다 토요명화에 가슴뛰던 그 시절이 그립다. TV도 아날로그 브라운관이고 흑백 영화였지만 그 희소성이 주는 고소한 재미는 아마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토요명화의 시대는 빈곤속의 풍요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풍요로운 빈곤의 시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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