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떠나온 고향은
화성의 표면 같은 거친 바위와
모래폭풍이 치는 곳이었지
제기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더럽게 눈물이 나는군
그 거세게 휘몰아치던 세류와
여과 없는 거친 열기 속에서
숨어든 바위 아래 작은 굴속
오롯이
그곳은 나의 휴식처
그곳이 휴식처가 된 건
모래폭풍을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작열하는 태양볕을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맑은 샘물이 솟아나서가 아니라
여기에서
기다릴 거라는
그대와의 약속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약속만이 떠돌고
텅 빈 몸뚱이 하나로
이곳에 돌아왔건만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