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시나요?
오늘도 그대 오실 길목
세 번째 대문 아래 서성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그대가 남기고 간
시집은 이제 펼치지 않아도 됩니다
기다림은 날카로운 조각도
시의 언어는 내 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숨을 쉴 때마다
은백색 빛을 내고 있으니까요
그대 오고 있나요
내일도 그대 오실 길목
마지막 대문 아래 서성입니다.
침잠하는 동안
그대가 남기고 간
편지는 뜯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대의 글은 날 선 창칼
알 수 없는 언어로 내 가슴 어디쯤에
암각화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대 오시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