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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Dec 19. 2020

크리스마스 마켓의 추억

겨울의 유럽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내게는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고 답할 것 같다. 작년 라트비아에서 처음 경험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너무나 좋아서 학교 단과대보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더 자주 간 기억이 있었다. 오스트리아로 교환학생을 오면서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오스트리아와 독일 도시들을 돌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는 거였다. 특히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는 워낙 예쁜 도시니까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리면 너무나 예쁠 것 같아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물론 코로나 덕분에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나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작년에 찍었던 라트비아 크리스마스 마켓의 전경이다. 12월 첫 주 주말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가 있는데, 그때는 작은 공연장을 만들어서 그 위에서 캐럴도 부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공연들을 한다. 주로 초등학생 나잇대의 아이들이 등장해 라트비아어로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고 간단한 연극도 섞어서 하는 학예회 같은 공연이었는데, 살짝은 어설픈 공연이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에 어우러져서 더 들떴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빛이 들어오며 정식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이 된다.


라트비아의 경우 북위가 높기 때문에 겨울에는 오후 3시 30분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마켓 트리와 마켓의 전구들에 일찍 불이 들어오곤 했다. 공부를 하다가도 지치고 바람이 쐬고 싶을 때면 예쁘게 불이 들어온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서 설탕 입힌 아몬드도 사 먹고, 따뜻한 글루와인도 마시면서 매일 가도 지겹지 않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고 또 돌았다.



오죽 좋았으면 오직 크리스마스 마켓만을 보기 위해서 에스토니아를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워낙 크리스마스 마켓이 예쁘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라트비아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우리 라트비아 크리스마스 마켓도 정말 예쁘다.(사심을 좀 담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크리스마스 마켓을 꼭 다시 다 보고 싶다.



작년에 첫 학기를 마치자마자 포르투갈의 포르토로 날아갔었다. 포르토에서는 별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지는 못했지만, 리스본으로 이동해서는 코메르 시우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꼬깔콘... 모양의 트리를 봤었다. 길거리를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도 정말 좋았다.


내가 생각할 때 겨울에 유럽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12월이 많은 사람들에게 바쁜 시기라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번 겨울을 놓쳤으니 언제 다시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절대적으로 겨울 유럽 여행,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를 추천한다. 도시별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도 느끼고, 따뜻한 글루와인도 마시며 작은 털모자나 목도리 같은 간단한 소품도 사보는 아기자기한 여행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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