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포탈 생성은 스크린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이트 혹은 게임 속 다양한 곳으로 이르는 문들이다. 그렇기에 포탈을 떠올리면 2000년대 초반 검색 엔진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인터페이스가 지금보다 단순하다 해도 파란 화면 속 코드 중심의 알쏭달쏭한 암호가 아닌 읽고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떠오르던 검색 엔진이다. 그 당시 야후, 라이코스가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는 사이트인지도 모르고 밑줄 쳐진 파란 글씨들을 마구 눌러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곤 했다. 그 방식이 곧 게임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는 거대한 온라인 게임 산업이 쏟아지던 게임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그중 한국에서 인기는 없었지만 일본, 대만, 중국에 서비스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이엑스러브와 게임 시장을 호령했던 넷마블의 다크에덴을 통해 시각화된 포탈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제작자가 랜덤 이동을 걸어놓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게임 속 포탈은 정해진 공간으로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포탈은 무한한 것처럼 여겨진다. 문을 여닫는 것이 아닌 광채가 나오며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큰 구멍으로 바로 빠질 것만 같은, 닿기만 해도 이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순간이동의 느낌으로 사용한 것이 어찌 보면 틀린 건 아니었던 게, 문을 여는 순간 다른 세상이 느닷없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으로 오기까지의 걷고 뛰는 여정이 문턱을 넘으며 시간과 공간이 압축되는 착각에 빠지고, 이미 지나온 시간에 몸은 피로하더라도 현재 내가 있는 공간이 확연히 달라짐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포탈을 아마도 무한대로 생성할 수 있을 것이고 어디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문(포탈)은 통로를 포함한 개념으로서 보이지 않는 원통의 끝으로 나와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의 역할이 성립된다. 결국 열리는 순간 제한된다. 현실의 문은 공간이 제거되면 함께 붕괴되고 게임 속 포탈은 서비스가 종료되면 한꺼번에 닫힌다. 그런데도 캐릭터가 지상에서 우주로 손쉽게 가는 그 문이 영원하고 무한하리라 착각한다.
이 간극 사이에서 기다림에 지쳐가던 사람들은 네이버 카페라는 허공의 포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포탈은 충실히 쓰이고 있었다. 이 하나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있을지 모르지만, 통로의 끝을 현실에 이어보기로, 그 끝에서 무엇이 오는지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