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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복 좀요

(7) 꿈

by Zwischenzeit




자주 꾸는 꿈이다. 다시 게임을 하는 일. 이런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게임을 잘하다가 갑자기 망해버린 탓도 있겠고, 두고 온 아이템이 눈에 아른거리는 이유도 있겠고, (어디에다 두고 왔다는 것인가?) 갑자기 끊긴 친구들과의 연락 때문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럭저럭 게임을 잊어가고 있을 때쯤 있었던 이엑스러브의 부활이다. 2011~2012년 그쯤 부활했었다는 소식을 후에 알게 됐다. 이미 몇 년 전 게시물이 되어버린 카페 글들에선 부활 소식에 설레하다가, 부활해서 잠깐 즐겼다, 였다가 다시 부활할 여지가 없는지, 의 간절함과 같은 시간적 흐름이 한눈에 보였다. 부활했었구나. 게임이 사라지고 난 뒤 얼마간 이엑스러브 아이콘은 바탕화면에 머물렀고 아무리 눌러봐도 쓸모없었다. 그런데 그게 5-6년 만에 열렸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현재는 바탕화면에 아이콘만이라도 띄워놓을 수 있도록 패치 파일을 얻고자 하는 유저들도 있다. 그러면 앞으로도 또 열릴 기회가 있는 것 아닌가? 나와 같은 기대감으로 몇 년간 기다리는 사람들을 여전히 목격하고 있다.


2022. 7. 10. 일요일

또 꿈을 꿨다.

요새 계속해서 생각해서 그런지 이번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게임이 부활해서 접속해보는 꿈이었다. 심지어 구동될 리가 없는 맥에서도 문제없이 플레이되는 버전이었다. 익숙한 일러스트 화면이 로딩되는 동안 몇 개 지나가자 곧 수월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겠단 생각에 가슴이 터질 듯이 설레었다. 꿈에서 나는 이게 왜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해진 건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 네이버 카페에 예전에 올라와 있던 패치 URL이 생각났다. 이 주소 그대로 잊지 않고 부활해주었구나. 개발진의 섬세함에 감동했다. 게임의 그래픽도 조금의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계정까지 부활한 것은 아녀서 계정을 새로 만들고 초기화된 캐릭터, 말 그대로 벌거벗은 채로 필드를 마구 뛰어다녔다. 더불어 나는 현재 고민하는 작업에도 순풍이 불 것이라 기대했다.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제작자에게 연락할 생각에 들떴다.


꿈에서 깬 후 카페 운영자와 주고받은 쪽지함을 열어봤다. 7월 6일, 알아보고 연락하겠다는 쪽지가 마지막이었다.


이런 종류의 꿈은 꽤 정기적으로 꾸는 편이지만 꿀 때마다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때만큼은 푹 빠져서 행복해하며 게임을 실행시킨다. 꿈을 꾸듯 평소에도 상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초등학생이 된 것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된 채로 게임을 하는 꿈. 지금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캐시템을 가지려고 엄마한테 조르지 않아도 되는데. 4,800원짜리 고양이 옷이 너무 갖고 싶어 두손을 싹싹 빌었었다. 그러나 이젠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 벌써 15년도 더 전의 일이다. 모르는 유저들에게도 말을 마구 걸어보고 싶다. 이 게임을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두가 사랑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을 역행할 수 없듯 게임이 돌아올 리도 만무하다. 막상 제로의 확률에서 기적처럼 게임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전과 의미가 달라질 것만 같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게임을 하는 상상을 하고, 가정을 하고,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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