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지나간 것들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므로 현재의 것들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 그것 외에는 채울 수 없는 대체 불가능 함”
2000년대 게임의 흔적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곤 하지만 사라지거나 변형도 많이 되었을 뿐더러 어찌 된 일인지 원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도무지 부활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추억의 게임으로 많이 언급되는 스톤에이지의 경우 유명세가 높아짐에 따라 거대 자본이 침투하게 되면서 게임의 핵심인 펫의 계통을 망가트렸고, 그것이 게임 전반 시스템에 만연하게 되자 예전의 그 게임이 아니라 여기게 되었다. 더군다나 서비스 종료 이후에 프리서버로 한동안 이어졌음에도 초기 유저들이 돌아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체감보다 더한 실감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체감형 게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발전 단계는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렴 기술의 발달과 가장 연관성이 깊은 분야이므로 플레이하는 방식이 현실과 맞닿는 감각으로 집중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사양의 컴퓨터, 낮은 픽셀 위 클릭질에서 우리는 이보다 더한 실감을 경험했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너무도 강력하여 유사한 형태로 거듭 부활하는 게임에도 눈을 돌리지 못하며 마음을 두지 못하고 있다.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젠 PC보다도 모바일 시장을 떠올리게 된다. 나또한 모바일 몇몇 게임을 시도해봤으나 적응하기 어려웠다. 정확하게는, 2000년대 PC 게임의 흔적을 기대하고 플레이한다면 곤란하다. 직접 개입하여 성장시키는 과정의 보람형 게임도 결국 자동화 없이는 진행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진에 의하면 모바일 플랫폼이 일상적인 환경 내에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면서 사용자의 신체, 일상에 체화되며 느슨하지만, 상시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일상과 밀착되어있고 자동전투라는 조작의 불편함을 해소하여 장시간 게임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용자의 정서적인 밀착과는 거리가 있다. 불편을 해소하고자 도입했던 방식이 오히려 게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구경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성취하고 성장하는 게 목적이라면 결국 게임의 속성은 업적 달성(퀘스트)과 자동 전투를 지향하게 되어있다. 비교적 오래전에 나온 메이플스토리는 자동전투 기능은 없지만(필자 기준 마지막으로 플레이 했을 때), 여느 육성형 게임과 같이 퀘스트와 선택-행동-결과(직업 선택, 스탯 시스템)의 순서로 진행되며, 패치 이후 새로운 직업의 캐릭터들이 다량 생겨나면서 수동 조작이라 하더라도 캐릭터의 전투 방식이 자동에 가까울 만큼 타격당 크리티컬/데미지율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바일 메이플스토리는 자동전투 방식이다) 이는 필연적이다. 사냥 시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포션을 섭취하며 스킬을 수동으로 조작하는 건 어쩐지 지금에 와서 번거롭고 위험이 크게 느껴진다. 한땀 한땀 수놓듯 전투하는 시대를 지나 이젠 위험 요소와 선택의 부담을 줄여주는 자동전투를 걸어놓고 게임과 거리를 두는 구경꾼 적 유저의 상태로 게임 속 공간과 사건을 경험하는 시대이다.
일상화와 자동화에 의한 거리두기, 즉 구경꾼으로서의 상태는 게임 속 공간을 각 유저만의 독자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지 못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측면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때의 게임 공간은 오히려 일상에서 분리되어 유저가 독자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여 ‘새로운 나’로서의 변신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였다.
옛 영광을 재현하려 비슷한 버전의 옛 게임들을 재출시한다고 해도 처음과 동일한 조건으로 내놓지 않을 것이다. 디바이스의 발전과 기본이 되는 기술의 조건, 사용자의 반응을 고려한 ‘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뿐이다. 그렇기에 결국 오직 ‘그때의 그 게임’은 재현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에 비하면 이엑스러브 속 포탈은 상대 진영으로서의 포탈이 아닌 예측 가능하다 못해 진부한 기능을 수행한다. 거대한 포탈-게이트-은 오히려 긴장을 완화하는 장치로서 전투와 관계없이 가다듬는 장소이며 준비하는 장소이다. 유저들은 문제가 생길 때 포탈부터 찾는다. 그곳엔 모든 것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의미는 ‘있음’에 있는가? 이처럼 미술도 사실은 이미 흩어진 조각을 기워 전시장에 재현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게임은 미래를 좇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Limited Portal》에서는 폐허가 된 환상을 재건하려는 것이 아닌 생생하게 꿈을 꿔도, 유저들이 존재감을 보여도, 흔적이 남아있어도 이미 그 시간은 지나갔음에 직면하고 직시하자는 메시지가 얼마간 떠 있는 포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