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습니다_정신과에 가던 날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by 아무튼 간호사

그때, 그때의 그때. 며칠 동안 ‘’ 기억을 샅샅이 찾고 있었다.

지독한 불면증으로 충혈된 눈과 퀭한 얼굴, 다듬지 않은 머리를 숙인 채 지난 몇 년 아니 몇십 년 전 일기장 속에 남아있던 기억들마저 끄집어냈다.

내가 사랑받았던 때, 내가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을 향해 간절히 부르면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살아갈 의미가 생길까. 희미한 기억 속에서 분명히 알게 된 건, 찾아낸 건

그도 나를 좋아했었구나


쓸쓸한 결말이다. 복받쳐 울며 거울 앞에서 되뇌었다.

“이대로는 안 돼. 이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어”

제일 먼저 친구 몇 명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미쳐가고 있으니 정신과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냐고.

간호사인 친구들은 쉽게 부탁을 들어줬다. 친구의 친구가 다녔다는 “괜찮은” 병원을 찾아줬고 질환에 대한 스스로의 insight가 있으니 회복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다. 나는 병원이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만 여겼다.


첫 진료 때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순간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진지하게 지켜본 원장님은 몇몇 검사를 해보자 했다. 혹시나 치료에 도움이 될까 싶어 ‘나는 전직 간호사고 제약회사에 다닌다’고 밝혔다. 과연 치료에 도움이 된 정보였는지 모르겠다.


예상했지만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원장님은 앞으로의 진료 방향과 먹을 약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2018년 10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