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를 좋아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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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튼 간호사

한참 심심하고 게다가 자의식마저 가득차있을 즈음, 나도 유튜버를 할까, 아프리카 티비 같은 곳에서 BJ하며 별풍선을 쓸어모을까, 목소리가 듣기 좋다니까 스푼에서 개인 방송을? 아님 도파민 분비없는 청정 블로그라도 열심히 해볼까? 퍽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사실 BJ로 일확천금 벌어야 겠다는 어리석은 상상 외 유튜버든, 개인방송이든 블로거든 뭐든 여전히 하고 싶기는 하다. 인생에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완벽해지면 해야지 하며 미루고 있지만서도.


아. 아니다. <내 목소리를 좋아해 줄래>라는 내 유튜브 채널이 존재한다! 만들어 놓고 브이로그 몇 개 찍다 심심해지지 않아져서, 다시 말해 연애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닫게 되었지만.. 이렇게 몇 년을 버려둘 거면서 초반엔 채널명조차 엄청나게 고민하며 지었다. 온전히 창조한 건 아니고 내가 정말 애정하는 KBS 이상협 아나운서의 책 <내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해줄래>에서재창조랄까.


사실은 그렇다. 나는 내 목소리를 좋아한다.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들을 때의 민망함은 잊은 지 오래고, 오히려 내가 생각도 못한 부분을 발견하며 감동한다. 그러니 조심하시라. 내가 뭘 녹음하고 있는지 당신들은 모를거야.


갑자기 식스센스.


우선 시각.

오감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은 시각인 듯. 20년 전 3교대 간호사하며 9 오프를 받아 한 라섹도 구원을 못 해준 나가리. 한쪽 눈 시력이 0.3정도 되니 뭘 제대로 보고 다닌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타고 나길 눈썰미가 없다. 안목은 있지만 눈썰미는 조금 떨어지는 부조화의 삶이랄까


다음은 청각

내 귀밝이 술이 필요 없을 만큼 예민하다. Bose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이 내가 받은 선물 리스트 중 가장 인상 깊다고 느껴질 만큼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 뒤로 드비알레 제미니 역시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 지금은 에어팟을 쓰는데 제미니가 페어링만 잘 된다면 굳이 에어팟을 쓰지는 않았을 거다. 무엇보다, 너의 숨소리를 좋아한다.

드디어 후각.

대학 졸업장 말고 거의 유일한 디플로마는 GN perfume & flavor school에서 받은 조향사 기본 과정. 방배역에 있는 조향스쿨을 다니며 내가 받은 사교육 중 가장 열심히, 또 꾸준히 했으나 결론은 퍼퓨머가 되어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야지 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인그리디언트를 사용하는 향수를 구매해야겠다는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로 수렴했다. 디플로마 받으려면 필기랑 블라인드 테스트인 실기를 본다. 향료 여러 개를 시향지에 묻혀주면 어떤 향인지 맞히는 나름 전문가다웠던 과정. 너무 사적이지만 더 현대 일 층이 그렇게 좋더라. 프롬 르 라보 투 크리드.

상한 음식을 알아맞히는 건 미각일까 후각일까 당연 두 감각의 콜라보겠지. 나랑 같이 살던 친언니는 정말 둔감해서 분가한 지 일년 된 지금, 상한 음식을 먹고 지내는 건 아닐까 가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촉각은 글쎄. 이건 예민하다고 말하긴 너무 케바케 부끄러우니 패스


그리고 마지막 식스센스. 난 내 직감을 항상 믿는다. SAS로 통계 자료도 만져봤음에도 숫자, 그래프 죄다 필요 없고 내 감각에 집중한다. 엠비티아이 파워 N. 그래서 초행길엔 지도를 살펴보다가도 결국엔 내 감을 믿다 늘 우회한다…


기승전 결,

아. 제게 채널이 있어요.

언젠가 상콤하게 짜자잔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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