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를 배우러 프랑스가 아닌 캐나다에 간다고?

몬트리올 라이프의 시작

by 올리플래닛

휴학계를 내고 불어를 배우러 캐나다에 갈 것이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어를 배우려면 프랑스에 가야하는 것 아니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프.랑.스.어를 배우려면 프랑스로 가야하지 않겠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그냥 하고 싶어서 하면 안되는 것이오?"하고 쿨하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당연하게 프랑스를 선택하지 않은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나는 가자마자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어떤 일이든 마다 않을 생각이었지만 실업률이 치솟던 프랑스에서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프랑스어도 잘 못하는 내가 끼어 살아남기란 바늘구멍에 두루마리 휴지를 넣는 것과 같아 보였다.

물가 또한 한몫했다. 인터넷 서치에 따르면 유럽 연합에 속하는 프랑스에서 유로로 생활하는 것 보다 캐나다에서 캐나다 달러로 생활하는 것이 더 저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퀘벡주에서는 이민자들을 위해 무료로 불어 수업을 제공하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도 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것이 없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사용하는 캐나다, 정확히 말하자면 퀘벡주에서 가장 큰 도시 몬트리올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사실......

내게도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을까?

퀘벡주에서는 사람들이 퀘벡 억양의 불어인 '퀘베콰(Qubecois)'를 사용한다. 퀘베콰는 영어의 영향을 받아서 프랑스의 프랑스어와 어휘에서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계획'을 퀘베콰로 'plan'이라고 하고 프랑스의 불어로는 'projet'라고 한다. 자칫하면 두개의 다른 언어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에펠타워 닿을듯한 프랑스 사람들이 퀘벡 불어를 얕잡아 보기도 한다고 하니 퀘벡에서 배운 불어로 프랑스인과 소통이 가능한걸까 생각해 보았다.


매일 감기를 달고 살고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을까?

몬트리올은 퀘벡주의 남쪽에 위치하지만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하까지 떨어지고 눈이 무릎까지 쌓이기로 유명했다. 영하 30도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는 숫자였다.

나는 기관지가 약해 쉽게 목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가을, 겨울이 찾아오면 손수건, 스카프와 목도리를 내 휴대폰 보다 더 달고 살고는 한다. 그곳에서는 내 목도리가 소용이 있기는 할까?

게다가 몬트리올은 겨울이 3월, 4월까지 이어지고 눈이 올 때도 있다. 많은 몬트리올 사람들이 긴 겨울의 끝을 기다리며 우울감을 느낀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방인인 내게 이 춥고 해 짧은 나날들이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하면 벌써 윈터 블루스(winter blues)가 찾아온 듯 했다.


곧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일정에 맞춰 비자를 신청했고 랜덤으로 걸린다는 미국 FBI 범죄경력증명서까지 떼어가며 반 년의 수고스런 절차와 긴 기다림 끝에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스키복을 꺼내고 한국에서는 까칠한 느낌이 싫어 옷장 속 박아 두었던 두툼한 털목도리도 잊지 않고 챙겨 짐을 쌌다.

아직 차가운 공기가 감돌던 2월, 그렇게 몬트리올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