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음식 푸틴(poutine) 이야기
퀘벡의 자부심이기도 한 푸틴(poutine)은 퀘벡(Quebec)을 이야기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이 푸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발음할 때 주의를 기울이시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자칫하여 '퓌탱(putain)'으로 발음했다가는 '에이 X'하고 불어로 욕을 내뱉는 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푸틴(poutine)은 1957년 퀘벡주 왈윅(Warwick)에서 어느 손님이 감자튀김 위에 한 입 크기로 잘라진 치즈 커드(cheese curds)를 올려달라고 요청한 데에서 처음 발명된 것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다.
그 후 약 10년 동안은 퀘벡시 푸드 트럭에서 팔리다가 1970년대 초반 몬트리올 레스토랑인 La Banquise에서, 1983년부터는 버거킹 체인에서 판매하면서 점점 이름을 알렸다.
푸틴은 초반에는 술을 마신 다음 날 먹는 인기 있는 정크 푸드로만 여겨졌으나, 2001년 몬트리올의 Martin Picard of bistro Au Pied de Cochon 레스토랑에서 개발한 푸아그라 푸틴(foie gras poutine)이 음식평론가와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하나의 '요리'로서도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그 후 유명 요리사들이 푸틴을 업스케일 요리로 새롭게 재창조 해왔으며, 현재는 퀘벡주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캐나다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캐나다 맥도날드에만 있는 푸틴은 여행자들이 캐나다에서 꼭 맛봐야할 메뉴로 꼽히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퀘벡주에서 살다보면 퀘벡 사람들의 푸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보통 푸틴이라고 하면 사진처럼 감자튀김 위에 한 입 크기의 큐브 치즈와 갈색 그레이비 소스를 얹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가 처음 푸틴을 맛본 것은 한국에서였다.
캐나다인 친구와 한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술집에 갔는데, 그 친구가 메뉴에서 푸틴을 발견하고는 내가 무조건 맛을 봐야 한다며 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 푸틴을 발견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연거푸 '와우'를 내뱉었다.
그릇에 담겨 나온 푸틴은 그레이비 소스, 흰 치즈 덩어리들이 얹어진 대표적인 푸틴이었다. 신경 써준 친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포크를 토핑부터 그릇 바닥에 닿도록 아주 깊숙이 푹 찔러 넣어 입 속에 가득하도록 집어넣었다. 보기에도 신기했던 푸틴은 맛도 그러했다.
고기의 기름으로 만들어지는 그레이비 소스의 질감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그 사이, 걸쭉한 질감을 가졌는데 사실 나는 처음 이 소스가 그리 썩 맛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도 추운 겨울이어서인지 그레이비 소스와 감자튀김의 기름이 내 몸 전체 피부 두께를 한층 더 두껍게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보통 푸틴의 변화는 토핑을 통해 이루어진다. 몬트리올에서는 레스토랑마다 그들만의 푸틴을 만들어 내는데, 기록에 따르면 나는 숙취 해소를 위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등 매번 다른 목적으로 약 10여 군데 이상의 음식점에서 푸틴을 먹어 보았다.
이렇게 푸틴을 한 번, 두 번, 자연스레 접하면서 어느새 푸틴에 빠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푸틴의 기름지고 두꺼운 그레이비 소스 때문에 푸틴은 몬트리올의 긴 겨울과 잘 어울려 캐나다 사람들의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로 불리는데 내게도 그랬다.
이 다양한 푸틴들 중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푸틴은 단연 '김치 푸틴'이다.
몬트리올 도착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어느 날, 같이 살던 캐나다 친구들이 김치 푸틴을 보여 주겠다며 나를 한 테이크아웃 레스토랑으로 끌고 갔다.
뭣이라?! 감자튀김과 김치라니! 누가 그런 이상한 발상을 한 걸까.
상상만 해도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은 짝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날 먹은 김치 푸틴은 고맙게도 나의 편견을 철저하게 산산조각 내주었다.
누가 이런 기발한 발상을!!
그리웠던 적당히 쉰 김치와 그레이비 소스, 치즈, 감자가 어우러져 한국의 맛과 캐나다의 맛을 함께 내며 고국의 그리움을 달래 주었다. 캐나다 친구들도 맵지도 않은지 잘도 먹었다.
알고 보니 이곳의 주인은 한국인 부부셨다.
이 부부의 김치푸틴을 생각하면 월터 리프만의 말이 떠오른다.
Where all think alike, no one thinks very much.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곳에서는 아무도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월터 리프만 (Walter Lippmann)
한국과 문화가 전혀 다른 캐나다, 그것도 가장 먼 동쪽 끝자락의 몬트리올에서 한국인 주인장이 처음 이 식당을 준비하는 일은 분명 길고 고된 과정이었을 것이다.
전혀 비슷하지 않은 생각들이 존재하는 몬트리올에서 다름을 받아 들이고 치열한 고민 끝에 김치 푸틴을 생각해 내셨을 주인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찾아보니 이 레스토랑은 약 7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번창 중이라는 기쁜 소식이다. 푸틴을 이백프로 즐기기 위해 다음 몬트리올 방문은 겨울에 가야할 것만 같다.
벌써 9월의 끝자락이다. 푸틴을 즐기기 좋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올 겨울에는 한국에서 푸틴을 맛보며 코로나 이후의 캐나다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 정보
김치 푸틴을 맛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 PICK
근 7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https://www.picksrestaurant.com/
*참고자료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ou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