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남자 셋과 살고 있습니다

첫 카우치서핑을 하다

by 올리플래닛

몬트리올에 가겠다 결심한 후 캐나다 비자를 받고 비행기표를 끊고 나서야 지구 반대편의 그곳에 대한 무지함에 막막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가자마자 어디에서 자지? 내가 캐나다에 대해 조언을 얻을 사람이 있을까?"

떠올릴 수 있는 캐나다 사람이라고는 헤어진 남자 친구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캐나다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군.


집을 직접 보지 않고 렌트 계약을 하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면 호스텔에 머물어야 하는 걸까, 막막함에 캐나다 워킹홀레데이에 대해 폭풍 검색을 하던 중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 눈에 들어왔다.

"몬트리올 사람들의 집에서 머물 기회라니!!! 오 마이 갓, 이건 안 하면 안 돼."


카우치서핑은 세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좋아하는 로컬들이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여행자들이 로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연락을 취해 여행하는 동안 로컬들 집에 신세를 지면서 여행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브리지 역할을 하는 사이트이다.

여행과 문화를 좋아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 다만 로컬과 여행객이 서로 일면식도 없다는 데에서 오는 위험은 카우치서핑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당신 안위는 당신이 알아서 -


나는 여러 몬트리올 로컬들에게 연락해 나 자신을 소개했고 그중 숀의 긍정적인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너를 우리 집에 호스트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비행 정보를 미리 보내주면 내가 픽업 가도록 할게."


숀이 보내온 답장 일부

"와, 호텔도 안 해주는 픽업을 해준다고? 당신 진정 사람인가요, 나를 위해 내려온 천사일지도 "

안 그래도 눈 펑펑 오는 한 겨울 2월 초,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몬트리올에 도착이라 걱정 태산이었는데 숀은 공항에서 어떻게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내 걱정거리를 한방에 덜어주었다.


그렇게 나의 캐나다 라이프는 숀과 그의 하우스메이트 두 명과 시작되었다.

영화감독, 사진 감독, 프로그래머인 라파엘 션, 다비드는 머무는 내내 나를 게스트로 대해 주었고 몬트리올에 대해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다. 게다가 유머감각까지 있어 집안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는 퀘벡식 브런치를 만들어 주겠다며 남자 셋이 부엌에서 소꿉장난을 하더니 그럴싸한 브런치를 만들어 주었다.

"와, 맛있겠다. 그런데 이거 아메리칸 브런치랑 똑같아 보이는데? 뭐가 다른 거야???"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은 퀘벡의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웃었다.


메이플 시럽이 있는 퀘벡식 브런치
동네 맛집 식사

친구들은 틈날 때마다 서바이벌 퀘벡 불어를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한국 슈퍼 투어를 했고 나는 소주 한 병을 사서 우리나라 주도를 가르쳐 주었다.

친구들은 나를 동네 맛집에 데려가 주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차(tea) 몇 가지를 선물로 주고 설명해 주었다.

4일 동안 열심히 돌아다닌 끝에 마음에 드는 하우스메이트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숀의 집을 떠나기 전날 다 함께 셀카를 찍자고 폰 카메라를 켜고 팔을 쭈욱 내밀었더니 갑자기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명 위치를 바꾸고 콘셉트까지 잡아주기 위해서였다. 누가 감독들 아니랄까봐!


몬트리올에 살면서 다비드, 숀, 라파엘 같이 정 많고 열려 있는 몽헤알래(몬트리올인을 부르는 말, Montréalais)들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약 일주일 여간 몬트리올 트레이닝을 제대로 시켜 주었으니 일 년 동안 즐겁게 잘 사는 것이 이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치든 나의 몬트리올에 대한 기억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벌써 이 세명의 몽헤알래들과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으니 말이다.


* 참고

- 몽헤알래 : '몬트리올'을 불어로 '몽헤알(Montréal)'이라고 발음 해요. 불어에서 -ais를 더하면 그 나라/도시 출신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몬트리올 사람은 Montréal + -ais, 즉 Montréalais가 되겠지요? :)

- 카우치서핑 사이트 https://www.couchsurfing.com/ (현재는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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