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서 구직하기
살 집을 구했으니 눈비를 피할 곳이 생겼다.
한시름 놓나 했는데 이제 일 년 동안 물주가 되어줄 일자리를 구할 차례가 왔다.
우선 준비한 이력서를 수 십장 프린트했다.
구직 사이트에서 일을 구하는 곳을 확인하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더 이상 찾아갈 곳이 없어지면 무작정 카페, 초밥집, 빵집, 옷가게 등에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다.
편안해 보이는 사무직에도 욕심이 났지만 불어를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서비스직만큼 도움되는 일은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지금 25개 이상의 문화가 모인 몬트리올에 있으니까!
이력서를 내밀면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내 얼굴과 이력서를 번갈아 보며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것은 경력도 국적도 아니었다.
Tu parles le français?
(너 불어 할 줄 알아?)
다운타운과 몬트리올 서쪽은 그래도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들어서 그 동네들을 공략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한 것이 몬트리올에서는 모든 사업장은 불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퀘벡 사람들의 자존심이 파리지앵 못지않았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을 뿐이고...
퀘벡 불어의 억양은 내가 한국에서 수업 때 듣던 것과는 아주 달라 알아듣기 어려웠는데 그래도 나의 대답은 매번 한결같았다.
Un peu (조금)
"Non (아니)"라고 하자니 한국에서 프랑스어 시험 중급을 합격한 나의 자존심이 너무 상하니까 -
Ici à Montréal tu dois parler le français!
(여기 몬트리올에서는 불어를 할 수 있어야 해!)
더 많은 곳을 들를수록 내 어깨는 점점 더 움츠려 들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영하 20도 날씨에 스키복 속 땀이 날 정도로 쌓인 눈 위를 걸어 다니며 수 십 군데에 이력서를 뿌렸는데 결국에는 모두들 내가 불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나를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매일 밤 집에 돌아와 온몸에 진이 빠졌다. 머리 위로 눈을 너무 많이 맞아 머리카락에는 눈(snow) 냄새가 진동을 했다.
캐나다에서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일자리는 어렵지 않게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곳 보다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국보다 100배 이상 더 큰 땅덩어리를 너무 쉽게 봤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몬트리올에서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마치 아인슈페너를 마실 때 있으면 좋지만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티스푼 같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은 나 자신의 가치를 믿기로 했다. 믿어야만 했다. 매일 길거리로 나가기 전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할 수 있고 불어와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이 지구 반대편까지 왔어. 이런 용기와 의지로 불타는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고용주가 설마 한 명이 없겠어? 두고 봐, 내가 불어를 얼마나 빨리 마스터하지 보여줄 테니!
나를 차갑게 내친 여러분들, 후회하게 될 거예요.
* 몬트리올 구직시 참조하면 좋은 사이트
www.hanca.com(몬트리올 한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