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첫 스위스를 겨울에
2008년 12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위스 친구의 초대로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신세를 지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조금의 여웃돈으로 스위스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백만 번 고민하던 그 긴 시간을 말이다.
고백컨대 예전에는 '그때의 어린 나'를 철없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따라간 어린 나'에게 너무나 잘했다고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고는 한다.
저 때가 아니었으면 돈이 얼마나 있든 스위스 사람들의 진짜배기 생활을 맛볼 기회가 아마 내 삶에서 다시는 오지 않올지도 모른다.
취리히 공항에 내리니 친구 타라가 나를 반겨 주었다. 근 8개월만의 만남이라 조금 어색함도 느껴졌다.
타라는 아주 유럽스러운 폭스바겐 차를 눈길 위로 몰아 취리히 근교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창 밖에는 눈으로 뒤덮인 취리히 전경이 시야로 들어왔다.
스위스 도시 근교는 어떤 모습일까?
스위스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타라는 그녀의 어머니와 남동생 말고도 잿빛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따로 사신다고 했다. 나중에 부모님 중 한 분과 사는 것은 우리나라 보다 흔한 케이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식 단층 아파트에 도착한 후 집 문을 열자 어머니는 나를 가족을 맞듯이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 문가에 선 남동생은 낯을 가리며 조금은 어색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긴장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스위스 살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