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리조트 도시 생모리츠에 가다
럭셔리 도시
스위스 사람들은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스키 여행을 가고는 한다. 그들에게는 옆집 같은 알프스가 있으니까!
타라 또한 겨울마다 친한 친구들과 생모리츠(St.Moritz)로 스키 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생모리츠에서 새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생모리츠는 갑부들이 겨울을 보내는 리조트 타운으로 취리히에서는 차로 약 세 시간 거리였다.
취리히에서 우리는 각자 자차를 운전해서 갔는데, 로터리가 정말 많이 나오고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모양의 신기한 터널들도 나와서 스위스에서 나는 완전한 운린이처럼 느껴졌다.
약 세 시간을 달린 끝에 생모리츠에 도착했다.
과연 마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피로 무장한 서양인들로 가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이 러시아인들이었다. 추운 나라 하면 꼽히는 러시아에서 굳이 럭셔리를 즐기기 위해 스위스까지 날아오는 것을 보면 정말 돈이 많긴 많나 보다.
우리는 타라 친구의 별장에서 묵었는데, 긴 역사가 느껴지는 벽돌로 지어진 멋진 성 같은 건물이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흔쾌히 나도 끼워 주니 어찌나 고맙던지 -
저녁 메뉴를 볼로네즈 파스타로 정하고 짐을 풀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역시 눈 쌓인 날 먹는 볼로네즈 파스타는 최고였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스키, 스노보드를 타러 알프스로 향했다.
나는 스키도 스노보드도 탈 줄 몰랐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알프스 설산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1 라운드로 마친 친구들 몇이 내가 심심해 보였는지 이제 쉴리튼(Schlitteln)을 타러 가자고 한다.
"쉴리튼? 쉴리튼이 뭐야?" 갸우뚱해하니 나를 높은 산등성이로 끌고 갔다.
눈썰매 같은데 내가 생각한 우리나라 눈썰매와는 차원이 달랐다. 스위스에서 쉴리튼은 하나의 겨울 스포츠였다.
눈썰매 위에 앉아 아주 높은 곳에서 눈 가득 쌓인 산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였는데 눈이 어찌나 두껍게 쌓였는지 스킬이 부족한 나는 잘 내려가다가도 썰매 머리가 눈에 처박혀서 멈추기 일쑤였다. 게다가 난간에 안전벽도 없는 구간은 잘못 미끄러지면 알프스 산 속에 처박혀 저 세상 가는거다. 내 생사를 위해서라도 두 다리 힘 꽉 주고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알프스 산맥의 위엄을 몸소 체험하며 내려가다 보면 중간 지점에는 얼음으로 만든 아이스 바를 만나기도 한다. 아이스 바에서는 각종 음료와 향신료를 넣어 끓인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Glühwein)을 만날 수 있는데, 글뤼바인 덕분에 따뜻한 리쿼가 목을 태우며 타고 내려가서 곧 뱃속이 온기로 채워졌다.
한번씩 고개를 돌려 360도로 시야 끝까지 펼쳐진 하늘과 알프스 산맥을 보고 있을 땐 '정말 이런 세상이 존재하는구나' 놀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험난한(?) 알프스 산줄기 하나를 글뤼바인과 그림 같은 경치 덕분에 무사히 그라운드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저녁에는 새해 전날인 만큼 마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파티를 하며 새해를 맞기로 했다.
생모리츠는 작은 타운으로 클럽이 몇 개 없었지만 부자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기본 입장료만 몇 백 유로에 달했다. 유명 유럽 DJ들이 벽에 붙은 포스터들을 통해 '나와 뜨거운 새해를 함께 맞이해!'하고 외쳤지만 다행히 우리는 선택의 갈등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입장료가 가장 저렴한 클럽에 백 유로를 내고 들어가서 내일은 없는듯 다 함께 마음과 몸 모두 불태우며 새해를 맞았다.
평생 잊지 못할 꿈같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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