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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플래닛 Nov 03. 2020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재택근무이기를

재택근무 한 달째, 이렇게나 힘든 거였군요

재택근무를 한지 어언 한 달이 지났습니다.

요즘 저는 재택근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매일 깨닫고 있답니다.

사실 재택근무한다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니 뭐니 핑계 대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도 하고 필요한 것들도 다 갖춘 상태에서 '일이 잘 안돼요'하고 말하기가 부끄럽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고민해 봤어요.


1. 뭔가 하고 있긴 한 건가?

저는 얼마 전부터 미국 기업에서 리모트(remote) 업무를 맡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적응 안 되는 문화 중 하나가 '개인플레이'에요.

스타트업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 기업의 문화도 반영된 것 같은데, 처음 조인해서도 그렇고 지금도 어려워요.

이전 회사들에서 일할 때는 제가 개중에 적극적이고 주체적 마인드로 일을 하는 축이었는데,

지금 여기서는 제가 얼마나 '의존하길 바라고 소극적일 수 있는 인간'인지 느끼고 있어요.

물론 상대적인 것이고 조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제가 속한 곳에 맞춰서 잘 조화되는 것 또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일 노력을 하는 중인데요.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제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아무도 말을 먼저 걸지 않습니다. 제가 일부러 바보 티 내면서 많이 말을 걸고 있어요.

그렇게 아침부터 반나절 일하고 나면 '내가 뭘 했지?',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건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일이 끝난 오후에도 '내가 뭔가 하긴 한 거지? 발전하고 있는 걸까?' 하고 불안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혼자이기 때문에 동료들과 있으면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생각이나 판단들을 위해 계속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2. 업무와 사생활의 구분

작업실에서 일을 하지만 제가 잠을 자고, 요가를 하고, 끼니를 요리해서 먹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을 향하는 고개를 90도만 돌려도 사생활과 관련된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주변 것들에 유혹되기가 얼마나 쉬운지요.

그리고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아침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듯이 복장, 커피 , 책상 청소 등 일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책상 앞에 앉기로 제 자신과 약속을 했는데 안 지켜질 때가 많아요.

9시까지 앉기로 했으니 책상에 후다닥 와서 앉아 컴퓨터를 켜기는 하는데, 에러가 하나씩 발견 되더라고요.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에 감싸고 있다던지 아직 화장을 안 했다든지, 책상이 지저분하다든지 같은 것들이요. 새롭게 습관을 들이고, 집중력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고 있어요.




3. 입 밖으로 말 없는 하루

하루 종일 말을 한마디 안 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대화가 채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은근히 쉽지 않아요.

대화를 하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여 줄 때도 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서 오늘 생각해 봤는데,

아직까지 저는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제가 맞닥뜨린 재택근무의 어려움을 파악했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지난 주말에 업무의 확실한 구분을 위해 시작과 끝나는 시간을 확실히 정했고 구체적으로도 50분 근무, 10분 휴식으로 계획을 세웠어요.

이번 주부터 실행 중이니 지금은 제 몸과 정신이 혼란을 동반한 적응기 터널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혼자 새로운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불안함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제 자신을 믿어주는 훈련을 하기로 했어요.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혼자 무언가를 계속하면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느끼잖아요.


너는 오늘 이런 것들을 해냈어. 거봐,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올리비아!


그리고 실질적으로 업무는 모르면 찾아보고 그것도 안되면 동료들에게도 질척대고 있습니다.


말을 할 기회가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기도 합니다. 받아들이되 입 밖으로 혼자 대화를 많이 하기로 했어요. 이게 바로 제가 독립 공간이 생겨 가능해진 순기능이 아닐까 싶네요.


저처럼 재택근무하시는 분들 각자의 고충이 있을 거라 생각 되는데요.

그 고충을 한번쯤 나열해 보고 나만을 위한 솔루션을 찾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근무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우리 모두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재택근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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