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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플래닛 Dec 25. 2021

17살 가을 런던에서 시작된 터닝포인트

17살이 되던 해 가을, 나는 나의 등을 모두 가릴 만큼 큰 녹색 배낭을 짊어지고 유럽으로 떠났다.

유럽에서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또 그 여정에서 만난 여러 이들과 대화를 나눴고, 이 여행은 17살의 내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터닝포인트 : 어떠한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거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시점


무엇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 여행은 그저 많은 것을 본 나의 첫 번째 여행으로 남았을 것이다.

필름처럼 스르륵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대화들...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첫 나라 영국의 런던 호스텔에서 만난 20대 초반 브라질 언니와의 대화.

 

나 : 너는 여기서 혼자 뭐하고 있는 거야?

그녀 : 나는 영어도 배우고 일도 하고 살아보려고 런던에 왔어. 지금 일을 구하고 있어.

나 : 그렇구나! 너 참 멋지다. 여기 얼마나 있을 건데? 앞으로 계획은 뭐야?

그녀 : 앞으로 뭐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우선 런던이 좋아서 살아 보려고 해.

나 : 브라질에서 너는 대학교를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 : 대학교에 가는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 나는 대학교보다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일 년 보내고 싶어. 안 맞으면 돌아가면 되고.


이 브라질 언니와의 대화는 이런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17살 소녀에게 완벽한 문화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런 마인드를 가지고 여기까지 올 수가 있지?' 분명 브라질 사회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대학교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 런던에 올 용기와 아니면 돌아가면 된다는 용기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나중에 여행 끝자락에서는 세상에는 이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언니처럼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용기가 생겼다.


나도 적극적으로 세계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며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내가 꿈꾸는 그런 삶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Cover Photo by KAL VISUAL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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