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프랑스어 레슨은 덤
오늘은 오르막길을 가다가 피레네 산을 내려가는 루트다.
끝없어 보이는 길 위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양들, 하늘, 산 밖에 없으니 순례자들 대화는 “ 저기봐, 양들이야!” , “오늘 날씨가 좋아”, 따위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 국적의 순례자를 만나기가 어렵지 않은 덕분에 불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프랑스 순례자의 손가락을 따라 내 눈을 향하고 대화를 들으면 “아~ 양이 무똥(Mouton)이었지”하며 공짜 레슨을 받는다.
불어 배우기 최적의 장이 아닐 수 없다.
피레네에서 도로를 닦아놓은 덕분에 그 길만 가면 되지만 가끔 갈래길이 나올 때는 큰 역할을 하는 화살표.
사실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 ‘나 제대로 가고 있구나’ 생각에 안심이 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준다.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며 나와 속도가 비슷한 루이즈와 자크도 만났다.
둘은 남매지간인데 70대에 이 길을 걷는 것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길을 걸으며 브라질 순례자 멜리사가 해준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Listen to the camino,
The Camino talks to you
카미노가 이야기를 할테니 잘 들어보라는 말.
본인은 여기까지 오며 카미노가 이미 몇 번 말을 걸고 이야기 했단다. 나도 잘 들어볼게!
무더위로 여러 번 쉬고 모자를 물로 적셔 쓰며 악착같이 걸어간 끝에 스페인 국경을 넘어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다.
혼자 갔으면 배로 힘들었을텐데 길 위에서 만난 자크, 루이스, 루디와 함께 했기에 덜 힘들었다.
빨리빨리 혹은 어느 한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각자의 페이스로 걸으며 어느 한 사람에게 맞추지 않아도 함께 걷는 동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
카미노의 목소리를 들으려 오롯이 나에게 귀 기울여 본 시간.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