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 북살롱 텍스트북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기를

by 올리플래닛
[오늘의 문구]
언제나 같은 건반에서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알면서도 놓치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것. 삶의 교훈이란 그런 것이다.
이언 매큐언, 레슨

2층으로 올라가자 문 앞에는 오늘의 문구가 나를 맞이했다.

책장들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의 책들이 작가별로 꽂혀 있었다.


들어가기도 전부터 방문객들에게 설렘을 주는 이 책방이라니...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어진다.


끼익-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과 책들이 뒤섞여 분주한 책방의 풍경이 나타났다.

계산대 쪽에는 음료를 제조하는 직원 둘도 보였다.

'이곳은 커피도 맛있다고 하던데, 가능하면 커피는 꼭 한 잔하고 가야지.'


책이 이곳저곳 가득해서 뷔페에 온 듯 신이 나기 시작했다.


Depart. Transfer. Arrival.


크....... 책장 하나당 각 단어를 주제에 대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주인장의 큐레이션이 보통이 아니잖아.

'삶에서 우리 모두 Depart하지만, 모두가 Transfer하진 않는다. 한 번이라도 Transfer 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생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인지 한동안 Transfer 책장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둘러봤을 때쯤 문득 나라는 사람이 제법 책의 세계에 일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몇 년 전 독립책방을 가까이하기 시작했을 때 한 동네 책방에서 여는 독서모임에 참여했었다. 모임 내내 참여자들은 수많은 작가들과 책 이름들을 언급하며 열띤 대화를 자연스레 주고받는데, 내게는 온통 처음 듣는 이름들뿐이라 벙어리처럼 앉아있다 왔었다.

그들이 참 멋져 보였고, 조금은 위축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취향을 이야기하고 이런 대화에도 낄 수 있기를 바랐었다.


그런데 지금, 이 책방에 진열된 책들의 제목과 작가명들 대부분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나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걸까...?'


돌아보면 여행을 갈 때와 주말이면 자주 책방을 찾아다닌 덕분인 것 같다.

집중력을 집 한 구석에 처박아두고 사는 요즘, 책 한 권을 집중해 읽는다는 것이 참 어렵지만 책방에 와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보면 끌리는 책을 만나고, 그 책을 읽고 싶어지고, 그렇게 또 한차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높이게 되니 말이다.


주문한 커피 한 잔과 1인 소파에 몸을 폭 안기니, 통창 밖으로 앙상한 나무가 몇 장 안 남은 잎을 살랑살랑 흔들며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듯하다.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가 귀를 간지럽힌다.

집에서는 한동안 애써도 글이 안 써지더니, 펜은 노트 위에서 막힘 없이 움직인다.


'아, 엉덩이가 점점 소파를 파고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