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외의 카페를 찾았다. 거기서 본 아름다운 장미. 처음엔 인위적으로 색을 낸 조화라 생각할 만큼 완벽한 장미였다. 커피를 마시며 계속해서 장미를 응시하고, 같이 간 친구에게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양하고, 사진을 찍고, 내친김에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그 장미’로 바꿔버렸다.
이후 무슨 바람이 든 건지. 마트에 갔다가 노란 칼랑코에 하나를 샀다. 주방용품, 세면용품, 과자 등 공산품의 바위틈 사이에 핀 꽃처럼 진열돼 있었다. 커다란 쇼핑백에 식빵과 우유, 쨈, 고무장갑, 비누, 치약과 한데 담아 온 노란 칼랑코에.
사온 물건을 툭툭 하나씩 꺼내고 칼랑코에를 아는 형네 집에 갔다가 받아 온 화분에 옮겨 담았다. 언젠가 민트나 방울토마토 같은 것을 심어서 수확의 쾌감을 누려봐야겠다 생각했던 화분. 수확이란 인내와 노력의 산물 대신 지금 당장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을 보는 환희를 택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피는 개나리와 진달래, 출근길에 마주하는 담벼락에 핀 장미꽃과 동네 옷가게 앞에 심어져있던 라일락, 연석의 틈을 뚫고 핀 민들레와 제비꽃, 점심시간에 지나치는 꽃가게까지, 계절마다 장소마다 꽃에 시선을 빼앗기는 요즘. 나도 드디어 꽃을 프로필로 하고 집에서 화분을 기르는 연배의 레일에 올라탄 것일까?
어찌됐든 요즘 꽃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