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이는 시곗바늘의 질주에
따라잡지 못하는 그 속도에
넘지 못하는 그 벽 앞에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이내 한숨 지어본 적 있나요
다시 달려 보세요
간절하게, 처절하게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쩌면 당신이 원하는 곳에 서 있을 테니까요
버스 도착까지 1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늦었다 생각하며 뛰어보지만 결국에 버스는 떠나고 바로 지하철로 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간당간당한 시간. 역시나 간발의 차로 지하철도 놓쳤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걷고 뛰고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지만 미로에 갇힌 듯 뱅글뱅글 돌기만 할 뿐 가까워지지 않는다. 결국 나는 부질없는 바쁨만 잔뜩 뒤집어 쓴 채 돌아다니기만 하다가 꿈에서 깬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내 꿈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길 찾기 꿈’은 언제나 나의 패배로 끝이 난다.
그렇게 연패를 이어가던 어느 날. 난 역시나 째깍이는 시계와 함께 고동치는 심장, 초조함에 떨리는 몸으로 도착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도착지는 어딘지, 뭐하는 곳인지, 왜 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며 나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다만 ‘도착’이라는 맹목적 결과만을 갈구하며, 중독자처럼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역시! 내 꿈을 관장하는 관리인은 내게 시험에 들게 하는 촉박한 시간을 던져주며 사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내가 타야 할 버스의 도착시간이 다가왔다. 평소의 나였으면 촉박한 시간에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반쯤 포기한 상태로 운명에 결과를 내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꼭 저놈의 버스를 잡아타야겠다는 불같은 의지가 타올랐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미친개처럼 뛰기 시작했다. 다리는 무겁고 심장은 터질 듯 방망이질 쳤지만 (꿈에서도 이렇게 숨이 가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기어코 버스를 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버스가 정차하고 곧바로 지하철을 타기 위한 전력 질주가 시작됐다. 개찰구를 박치기하듯 밀어 넘기고 슬렁슬렁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럭비선수마냥 요리조리 피해 가며, 개처럼 흘러내리는 혓바닥을 삼켜가며, 도착한 탑승구. 그리고 도착한 지하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개운함이 느껴졌다. 하... 오래도록 묵은 체증이 가신 듯한 후련함. 아쉽게 목적지에 도달하진 못했다. 내가 버스와 지하철 탑승에 성공할 걸 예측 못한 꿈의 관리자가 이후 시나리오를 써놓지 못한 탓인 듯 지하철에서 내 꿈은 깼다. 하지만 난 목적지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간절한 두 번의 뜀박질이 이뤄낸 결과. 절대 도달할 수 없을 거라 낙담했던 목표도 간절한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니 결국에 이르게 되었다. 간절하게, 절박하게, 처절하게, 미약한 전력이나마 쥐어짜면 결코 이르지 못할 도착지는 없을 것이니.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한번 미친개처럼 달려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