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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Jul 13. 2023

분노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과 마주할 때

내가 나를 낯설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두려움과 긴장감 서린 흥분이 나를 채운다

떨리는 입술과 손을 바라보며 

나는 궁금해한다

나는 또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걸까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소리를 내지르는 나. 몸 안에서 핵융합이라도 일어난 마냥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목을 타고 입으로 쏟아져 나왔다. 몸을 적시는 비도 내 열을 식히진 못하고, 오히려 나의 광기를 더욱 부각시키는 무대요소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무엇이 나를 폭발시킨 것일까. 보름달에 반응하는 늑대인간처럼 시원스레 내리 꽂히는 빗줄기가 나의 광기어린 세포를 깨운 것일까? 나를 향한 신경질적이고도 공격적인 차의 경적이 나의 안광에 광기를 씌운 것일까.     

불현듯 번개에 맞은 나무처럼 일순간 불타오른 나. 에너지를 쏟아낸 후 떨리는 입술과 손.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린 광기와 다시 돌아온 이성은 조금 전의 나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본다. 나는 오늘 낯선 사람에게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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