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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Jul 26. 2023

엄마가 인정한, 그런 날

엄마도 인정한

그런 날     


 그런 날이 있다. 정말 1년 중 손에 꼽을 날이지만, 내가 잘 생긴 날. 못 믿겠지만, 약간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가 보증하는 날이다. 우리 엄만 보통의 엄마들과 다르게 내게 참으로 못났다고 말해준다. 아이 참 고마워라. 


 아니 엄마가 어떻게 그래? 그냥 농담 삼아 한 번씩 뱉는 말이겠거니 하며 모성애에 대한 아가페를 디폴트삼아 넘겨선 안 된다. 우리 엄마의 얼평은 언제나 진지한 궁서체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매순간 얼평을 끊이지 않으며 까다롭기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황금비율 못지않다. 


 이런 울엄마가 한번씩 내게 “아들 오늘은 왜이렇게 잘생겼어?”하는 날이 있다. 이날은 얼굴에 붓기가 전혀 없고 피부도 탱탱하고 매끈하며 눈도 한층 크고 진해 보인다. 머리도 적당한 볼륨감을 유지한 채 굳이 손대지 않아도 완벽한 그런 날. 


 도대체 자는 동안 무슨 마법이 일어난 건지? 잠든 사이 성형의가 와서 얼굴에 보톡스를 때려박고 레이저로 피부를 지짐한 것일까? 호오... 이런 날은 평소 보지도 않는 거울을 흘끗흘끗 보기 일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앞에 걸린 거울을 보며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고, 거실을 거닐다 신발장 거울 앞에 서서 괜히 눈에 힘 한번 줘본다.


 하... 미묘하게 뭐가 다른데 말이지. 미묘하게... 모든 게 최상의 컨디션인 이런 날 밖으로 나가 명절과도 같은 빈도로 찾아오는 내 최상의 미모를 뽐내며 번화가를 거닐고 싶은데 약속이 없다.


 그렇게 나의 잘생김은 우리 엄마만 아는 걸로! 이거슨 증거 없는 망상이 아닌 실제임을 밝히며! 나의 그날과 데이트가 겹치는 월식과도 같은 합치가 일어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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