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도네시아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없을까

<어쩌다 자카르타>

by 수리영
우한에서 귀국한 인도네시아인들. 출처: 연합뉴스


요즘 하루 일과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네이버에 들어가서 한국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자가 늘었는지 보고, 영문 뉴스로 전 세계 동향을 파악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의문점이 생겼다. 중국과 교류가 많고 우한 직항까지 운행했던 인도네시아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다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옆 나라 싱가포르에도 감염자가 20명 가까이 되고,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인도네시아 주변국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다 퍼졌는데 인구 2억 5천만 명의 나라 인도네시아만 감염자가 0명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인도네시아 뉴스를 봐도 '왜 인도네시아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을까?' 이런 제목을 뽑아서 쓴 기사는 단 하나도 없고 '인도네시아, 우한 거주 교민들 성공적으로 수송', '우한 거주 인니 형제자매들, 자카르타 무사히 도착' 이런 국뽕 맞은 기사만 잔뜩 있었다. 내가 인도네시아어를 못해서 현지 기사에 나온 정보를 놓친 것은 아닐까. 현지 동료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확진자가 없다고ㅋㅋ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외국인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1월 31일, 자카르타 거주 외국인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페이스북 그룹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글을 올렸다. "여러분, 안녕. 나는 분명 5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던 사람이야. 하지만... 이런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어. 인도네시아에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다고? 못 잡아내는 거 아닐까? 누가 속 시원하게 이야기 좀 해줘!"


해당 글 밑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진할 수 있는 키트가 없대. 이것 봐." 그가 공유한 호주발 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할 의료 장비와 의료진이 부족했다. 인도네시아 언론도 아닌 호주 언론이 옆 동네 사정이 불안해 이런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https://www.smh.com.au/world/asia/that-s-a-problem-indonesia-s-coronavirus-vulnerability-revealed-20200130-p53wc9.html?fbclid=IwAR1S3CTcTQxtkZdhsssJPM2XSPKN84xBmkTMbXoLqNcdM1oBzg1D6Miyjnw

해당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는 시약이 없으며 (2020년 1월 31일 기준) 그 시약이 며칠 내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 기사가 불친절해서 여기서 말하는 시약이 뭔지 잘 모르겠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0명= 안전지대'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발리-우한 직항까지 운행했던 곳인데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이 더 찜찜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뒤늦게 중국발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2월 5일부터 우한은 물론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고, 최근 14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도 막고 있다.


자카르타엔 원래도 대기오염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들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쇼핑몰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응대했고, 며칠 전 만난 인도네시아어 학원 우리 선생님도 마스크를 쓰고 가르쳤다.


한국처럼 여기도 마스크 품절 현상이 일어난다. 회사 약국에 가서 수술용 마스크를 사려고 했더니 이미 품절이어서 라임향 손 소독제만 사서 책상에 뒀다. 다행히도 자카르타 대기오염 때문에 오토바이 탈 때 쓰려고 주문했던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몇 장 남아서 사람 만날 날이 많은 날에만 아껴서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처럼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나라에서는 예방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의료 강국 대한민국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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