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30대의 유학병
오늘은 사진이 없는 글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보통 관계에서 온다. 적어도 내 경험상 그랬다. 그것은 연인과의 관계일 수도, 친구와의 관계일 수도, 직장 상사와의 관계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종종 관계에 집착했다. 구남친과도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 애써 노력했고, 친구 관계에서도 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구남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탓에 그의 결혼 통보를 전화로 직접 들었고, 며칠 동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기분이 정말 구렸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못돼 먹은 성격 탓에 상사한테 내 할 말을 다했다가 집에 와서 후회가 돼 전화를 해 사과를 하고, 문자를 보낸 적도 있다. 당시엔 진심 어린 사과였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는 그다음 날 직장 상사의 얼굴을 보는 것이 불편할까 봐 내 마음 편하자고 사과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예전에 한 친한 선배가 무엇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나에게 "살면서 적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아. 그 적이 언젠가 너를 공격할 수 있거든"이라고 조언해 준 것이 인간관계를 경영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 와서 바뀐 것이 있다면 관계에 조금 덜 집착한다는 것이다. 거절하는 게 싫어서,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게 무서워서, '호구 증후군'을 앓으며 살아왔던 과거를 청산하고 싶었다. 싫을 때 당당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한테 쉽게 마음 주고, 쉽게 상처받는 내 본성은 바뀌지 않겠지만, '좋은 사람' 소리를 듣고 싶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좋은 척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나에게 매달 월급을 주며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는 조직도 없고, 상사도 없는 곳이 이곳 아닌가!! 나와 내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남은 1년도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은 미리 안 만들면 된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