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

by suri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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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가 중성화수술을 한 이후,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아마도 넥카라가 불편해서 먹기가 힘들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몸이 좋지 않아 식욕이 자연스럽게 떨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잘 먹고, 얼른 나았으면 해서 밥 그릇을 들고 한참을 졸졸 쫓아다녔다. 어쩌다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참 우스웠다.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비틀비틀 걸어다니는 작은 고양이를 애타기 부르며 걷는다.


배가 고프면 알아서 잘 먹을 거라는 것도, 몸이 불편하니 밥이 잘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는데도, 밥을 먹지 않는 아이를 보는 게 힘들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더니, 꼭 내 꼴이 그렇다. 고양이 앞에서는 한없이 힘없고 나약한 인간 집사. 새벽에는 배가 고팠는지 서럽게 울었다. 잠 많은 내가 벌떡 일어나 목넘김이 좋은 부드러운 간식을 꺼내 우쭈쭈하며 먹였다. 물도 숟가락으로 떠서 먹이고.


4일 정도가 지나니 이제 혼자 밥을 찾아 먹고, 넥카라 생활도 아주 조금 적응된 듯하다. 새벽 시중은 들지 않지만, 혼자 밥을 찾아 먹는 게 그렇게 대견할 수 없다. 난 어쩔 수 없는 그냥 '레알 집사'인 모양이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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