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고양이 로솔이는 엄마 젖도 떼지 못하고 길에서 구조됐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삐쩍 말라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한 채였다고 한다. 로솔이를 데려다 젖을 먹여 포동하게 보호해주신 분께 로솔이를 입양해 왔다. 그렇게 집에 온 지 2달이 넘었고, 로솔이가 태어난 건 3달이 좀 넘은 것 같다.
로솔이가 제법 자라 높은 곳도 혼자 폴짝 폴짝 뛰어 다닌다. 그래도 아직 싱크대와 창틀은 못 올라간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환기하려고 활짝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로솔이가 창문 아래 있던 상자를 밟고 창틀로 폴짝 뛰어올랐다.
이전에 한번 로솔이를 안아서 창틀에 올려준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로솔이는 많이 겁을 냈다. 밖을 내다보는 것도 아직 흥미가 없었고,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에 깜짝 놀라곤 했다. 밖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어 다시는 창틀에데려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서 폴짝 뛰어오른 것이다. 대견하고, 대견했다.
난 로솔이를 안고 로솔이는 아마 처음 보았을 세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로등 불빛, 지나다니는 사람, 자동차, 그 사이에 골목길로 들어간 고양이 친구들까지. 로솔이의 눈에 보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창문으로 지켜보는 것에 그칠 것이고, 난 산책냥에 대한 로망보다는 고양이를 잃을 두려움이 훨씬 큰 사람이라 병원가는 일 외에 밖에 데려갈 일은 없겠지만, 집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 길목에 있는 늦은 가을의 바람을 맞게 해주고 싶었다.
주절대는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로솔이는 한참을 창가에 앉아 밖을 쳐다보았다. 곧, 차가운 바람에 몸을 으슬으슬 떨었지만.
로솔이의 첫번째 겨울 길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