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더 아름다운 민화

민화를 만났을 때

by 수리송선

나름 재주가 있어 이것저것 해봤다. 미술교습소에서도 초등학생들을 가르쳐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은 뭐든 어려움이 없었다.

곧잘 하는 것과 끌림으로 계속하게 되는 것은 다르다.

나에게 민화는 우연한 끌림으로 인해 폭 빠진 경우다.

육아와 살림이 다였던 생활에서 아이가 어린이집을 거쳐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나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경력단절이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뭐라도 배웠다. 집 가까이에 도서관과 청소년수련관이 있었고 아이가 관심갖는 강좌를 살치고 등록하는 과벙에서 나도 관심가는 강좌를 접할 수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자격증이 주어지는 교육도 이수했다. 그러던 중 청소년수련관에 민화수업이 개설되었다.


민화선생님의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와 활짝 핀 함박꽃 같은 표정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수채화나 유화 붓과는 다른 동양화 붓의 느낌도 달랐다. 학창 시절 서예와 수묵담채화 등 수업을 받았던 생각도 났지만, 민화는 새로운 면이 있었다.

수채화는 물잡기가 힘들었다. 표현하고 싶다는 조급함이 실망으로 이어지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대학 동아리에서 유화를 접하고 나에게 딱 맞다고 기뻐했다. 물감이나 채색하는 도구에 따라 얇게 도톰하게 과감하고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테레핀의 기름 냄새도 좋았고, 쌓고 쌓아 원하는 것이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도 좋았다.

아쉽게도 대학 졸업 후에 붓을 다시 잡지는 못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민화였다. 내 나이 사십이었다.

얇은 한지에 먹으로 선을 긋고,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변화가 함께 찾아왔다. 어울림에 대한 정의가 새로워지고 확장되었다. 단순하게만 돌아가는 일상에 색깔이 입히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의도와 의도치 않음으로 펼쳐지는 색의 변화에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칠한 색을 다음 날 보게 되면 무언가 안정되어 자연스럽고 확실하게 아름다워져 있었다. 그리고 나를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일주일에 단 2시간이 주는 행복감.


내일, 나의 그림은 더 아름다워지고 나도 더 아름다워진다. 어찌 신나지 않을까!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