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쳐 오세요

없는 숙제 만들기

by 수리송선

우리 문화의 많은 부분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과 해석이 '일본의 식민의 잔재'이라는 방해꾼이 끼어 명맥을 왜곡되고 지워진 것이 많다.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의 영광과 기술을 복원하려 노력하는 숨은 자들의 노력으로 근근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지켜낸 것들이 한두 개인가! 이미 사라졌고, 이 순간 사라지는 중인 것이 있다. 아프다. 살아있는 유산으로의 기능을 잃는다는 것이. 박물관이나 있었다는 기록으로 박제가 되는 것이.

먹고살기, 경제성장에 급급한 한국은 식민사상과 사대주의로 아직도 스스로를 멸시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 과정에서 견뎌내고 어떻게든 지키려는 모세혈관 같이 미미하지만 끊어지지 않은 끈질김과 열망이 존재한다. K-컬처가 세계에 퍼지는 것이 좀 더 늦었더라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배우지 못해 몰랐고, 무관심해서 지나친 것이 유행을 타고, 매력을 느끼고 배우고 가까이 들여다보고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마침 그렇게 된 것 증 하나가 민화다.

소소하고 거창하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발소 그림이라 비아냥거렸던 유화 풍경화 모작들, 민화를 비롯한 전통 채색화는 무당집 그림이라며 천시했다. 그나마 사군자 같은 수묵화나 수묵채색화는 양반의 전유물이어서 일까? 80년대 학창 시절 사군자의 "난"과 수묵채색화 정물도 그려봤다.

나도 민화가 생소했다.

수강생들은 나보다 더한 것이다. 풍각쟁이라는 말이 있다. 딴따라라는 말이 있다. 환쟁이라는 말이다.


나는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함께하는 것이 좋으니까.

매력에 빠진 수강생은 나에게 숙제를 내 주라 한다. 집에 가서 하고 싶단다. 하고 싶은 만큼 해오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숙제를 내주세요! 망치기 싫어요."

"잘 안 된 건 내가 보고 같이 수정해요.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망치는 일은 없어요. 맘껏 해오세요. 미리 공부하고 수업하면서 다시 들으면 더 잘 이해하니까요. 안 그래요?"

매력에 빠진다는 것은 자꾸 보고 싶고, 하고 싶고,, 의도하지 않는데도 생각이 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지속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매력에 빠진 사람은 안달이 난다. 그리고 만족과 실망을 반복한다.

수업 전 숙제를 해온 님은 입술이 나와서는

"망쳤어요, 선생님!"

실망과 자책이 한가득이다.

막상 보면 망친 것이 없다. 조금 미흡할 뿐.

바림붓으로 바림을 부드럽게 연결하거나, 부족한 색감을 더하는 것으로 어느덧 그 님의 얼굴은 환해진다.

그리고 "아, 그렇구나!" 하신다.


오늘도 자발적으로

'숙제 헤와야지!' 선언하신다.

님의 작품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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