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퇴직 후 깨달은 것들
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하고 사기업으로 이직했다. 1년간 일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제 모든 것이 팀 플레이라는 것이다.
나는 혼자 있길 좋아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 타고나길 그런 성향이다. 학창 시절부터 친한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학원에서 만날 새로운 친구들이 부담스러워 혼자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는 걸 선호했으며, 하교 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특히 좋아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본가에 사는 동안에도 늘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편이어서, 어쩌다 한 번 거실로 나가 부모님과 함께 TV라도 볼 때면 엄마는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하곤 하셨다.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리길 원했고, 남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데 서툴렀다.
그런 나에게 초등학교는 꽤 잘 맞는 직장이었다.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학교가 어찌 잘 맞았냐고 묻는다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어도 모든 의사결정을 내가 직접 내리고 주도할 수 있어 괜찮았다. 오히려 힘들었던 건 동료 교사들과의 의례적인 회의나 티타임 같은 것들이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사기업에 취직을 하니 전에 없던 팀플레이가 펼쳐졌다. 팀 내 협업은 물론 다른 팀, 나아가 다른 회사와도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 다행히 현재 속한 팀에서 나는 소규모 단위로 일하고 있으며, IT 연구개발의 특성상 개인 작업 시간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 재밌는 건, 팀워크를 위해 내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던 공동체 의식, 배려, 예절 같은 것들을 스스로 되새기며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내 교실에서 혼자 자유롭게 업무를 보던 과거와 달리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사무실은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서른이 넘어 주변 사람들이 속속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는 최근에야 내가 팀 플레이를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자각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잠시 빠져들었던 비혼주의 정신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결혼에 대한 희망이나 로망을 아직도 가지지 못하는 걸까? 좋은 사람과 함께 남은 생을 보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이유는 뭘까? 전엔 결혼이 막연히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종착지라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랑의 결실이 반드시 사회적 제도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고 믿었고, 그래서 결혼이 나에게 필요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사랑은 결혼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고, 결국 현대 사회에서 결혼은 남은 생을 함께 꾸려 나갈 팀 플레이어를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평생 혼자였던 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팀을 이룰 수 있을까? 그 팀 플레이에 도전해 볼 용기가 있을까? 그 팀을 죽을 때까지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에 적응한 것처럼, 결혼이라는 새로운 현실에도 언젠가 적응할 수 있을까? 언젠가 그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