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stare

대답 없는 너

by 수리양

열 달 가까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 중년스럽게 조심스럽고 소심한 듯 꼼꼼한 내 성격덕에 큰 실수는 없었다. 아니, 6개월이 넘도록 실수가 일절 없었다. 처음 해보는 숫자를 만지고 큰돈을 처리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팀원 하나가 결원이 되어 2인분의 일을 처리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수가 일절 없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초보중의 상 초보임에도 2인분의 일을 처리하던 삼 개월이 지나고 드디어 옆자리가 주인을 맞았다. 게다가 그녀는 경력직이었으니 마음도 든든하고 드디어 일을 나눌 수 있다는 안도감에 기뻤다. 다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그녀는 경력직이지만 이 회사는 처음이라 내가 가르쳐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거였다. 나도 초보인데 누가 누굴 가르치나.


그간 일하면서 만든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하지만 나에게는 보물과 같은 나만의 매뉴얼을 공유하며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었고 나이도 어리고 경력직인 그녀는 금방 알아듣는 듯했다.


아니, 그 말은 취소다.


그녀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사실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Gen Z stare’ 젠지 스테어의 주인공… Gen Z이기 때문이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당사자는 자신이 반응 없이 가만히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당혹스러움은 그저 새마을운동세대나 X세대인 우리들의 몫이었다.


설명이 어려웠나?

오늘 기분이 안 좋나?

이미 알고 있는 걸 말한 건가?

못 들었나?


시간이 지나 많이 친해졌을 즈음, 그리고 sns를 시작으로 젠지 스테어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한국 뉴스에도 나올 지경이 되었을 때, 그녀가 물었었다.

“그거 들어보셨어요? 젠지 스테어? “

“… 으,, 응? 푸하하 하하하”


그때가 우리가 허심탄회하게 그간의 그녀의 침묵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순간이다. 그녀는 자신이 젠지 스테어의 주인공이었다는 말에 진심 놀라는 듯 보였으며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했다. 이윽고 그간 침묵하며 빤히 바라보던 그 순간들에 대한 설명을 찾아냈다.


그 설명이란 것은 다소 힘이 빠지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밝히기에 앞서, 심지어는 맞장구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중이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유쾌하게 ‘말하자면 버퍼링 때문에 모니터에 모래시계가 뱅글거리는 것과 같다 ‘고 했다.


뉴스에 나온 젠지 스테어의 인터뷰에서는 대체로 ’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처리하느라 시간차가 생긴다’는 맥락의 답변들이 있었다.


젠지 스테어(Gen Z stare)'는 Z세대가 대화나 질문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상대방을 빤히 응시하는 태도를. 이는 Z세대의 특징적인 소통 방식으로,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직접 소통보다는 화면을 통한 소통에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해외에서 시작된 용어이며, 때로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당황했을 때 보이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시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활방식으로 인해 생겨난 이 범세계적인 현상에 만감이 교차한다. 태어나 보니 모든 이가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세상이라면 이 아이들은 스마트 폰 이전의 삶을 알 수 없다. 안타깝고 슬프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젠지 스테어 주인공은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를 절감하고 퇴근과 동시에 부부가 함께 스마트폰을 우편함에 넣는 다소 극단적인?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성세대인 우리는 걱정은 하면서도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치우지 못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팀 젠지의 건투를 빌어본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