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하는 기차

런던 기차 이야기 1

by 수리양

런던엘 자주 나가지 않았었다.

만일 가더라도 주로 아이들 방학이나 주말일 것이기에 기차요금은 평일 오프피크 요금 혹은 주말 가족티켓 요금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용 빈도가 잦지 않아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불평하는 비싼 기차요금이나 도무지 믿음이 안 가는 서비스에 대해 난 별 의견이 없었다.


그런데 의견이… 곧 생기기 시작했다.




늦지 않고 출근하기 위해 내가 탈 수 있는 기차 옵션은 주로 둘인데, 집에서 좀 서둘러 나가서 6:46 기차를 타서 여유롭게 도착하거나 7:11 기차를 타는 거다. 사실 시간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7:11 기차는 전 기차에 비해 월등하게 사람이 많다. 어떤 날엔 그것이 견딜만하다가도 어떤 때는 그것이 너무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러면 다음날부터 당분간은 이른 기차를 탄다.


이른 기차를 타기 위해서 종종 공원길을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때가 있다. 주차 요금을 아끼기 위해 주차장 대신 기차역 부근 주택가 길에 주차를 하는데 늦으면 주차 자리 찾느라 시간을 잡아먹는다. 집에서부터 좀 빠듯하게 출발을 하는 날에도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나무 사이로 난 이 공원길을 난 달려야 한다. 그래야 기차역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 스프린트에서 조깅모드로 전환할 수 있고 바로 맞은편 승강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덜 불쌍해 보일 테니까.



그런데 몇 번, 그렇게 헥헥거리며 역에 도착해서 올려다본 스크린에 [6:56 cancelled]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허무함의 한숨과 함께 삐져나오는 감출 수 없는 탄식. 그리고 힘이 풀리는 다리.

이렇게 이른 기차가 캔슬되는 날이면 다음 기차에 사람이 평소보다도 많아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내가 지나는 10개의 역마다 전 기차를 못 탄 사람들이 쌓일 테니.




그런데 세상만사에는 양면이 있다고 했던가.

가끔은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역에서 나를 맞이하는 스크린이 [7:11 cancelled]을 보여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기어이 이른 기차를 타겠다고 뛰지 않았으면 다음 기차가 없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몇 번 이렇게 아침부터 드라마를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집을 나서기 전에 실시간 기차 운행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도.


월요일과 금요일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더 있는지 기차가 덜 붐비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다음 기차를 탈까 싶은 유혹에 조금 미적대다가 켜본 기차앱.


[7:11 cancelled]

왓?!!


그 순간부터 거의 6-7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여유롭게 주차 자리를 찾았고 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평소만큼의 사람들만 있었는데 아마도 다음 기차를 타는 더 많은 사람들은 앱을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중에 도착해서 난감해할 이름 모를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그렇다고 앱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며칠 전에는 7:11기차가 연착이 되어 7:13 출발이라고 떴다. 마침 조금 빠듯했던 터라 다행이다 싶어 뛰지는 않고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다.

나를 기다리는 역의 스크린에는 [7:11 on time]이 적혀 있었고 기차가 저 멀리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시각에 왔다.


연착이라고 13분에 맞춰왔으면 어찌 되었을지 생각하며 순간 철렁했다.

믿을 수 없구나 기차앱… 두 번 세 번 봐야겠구나…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