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맥커시라는 영국 작가가 있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 것이다. 내적 친밀감으로 따지자면 우린 이미 절친이다.
그의 두 번째 그림책 ‘Always remember’ 출간에 이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름하여 ‘찰리 맥커시의 그림, 음악,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밤‘. 몇 달 전 행사 소식을 보자마자 일단 예매부터 했었다. 누구 같이 갈 사람 찾을 시간도 여유도 없이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를 샀다. 아마 TXT 런던 콘서트 스탠딩 티켓을 예매하던 큰 아이의 마음이 딱 이렇지 않았을까. 나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그 금액을 기꺼이 지불할 사람을 못 찾아 덜 좋은 자리를 가느니 혼자 가고 말겠다는. 게다가 월요일 저녁 런던이라니. 이미 출근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부러 주중 저녁에 런던 나들이 나올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던, 같은 마음과 경험을 나눈 친밀한 사람들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휴지를 건네고 이야기를 공유했다. 작가의 의도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으로 보듬고 이제는 서로를 보듬을 수 있게 만드는. 그것을 의도했다면 성공이었다.
그가 말했다.
책 표지에 자신의 이름만이 쓰여 있지만 사실 이야기에 영감을 준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이 책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것이라고.
그의 첫 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코로나 팬데믹이 낳은 걸작이다. 가까운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그림과 위로의 말로 표현해 인스타 그램에 올린 것이 팬데믹동안 큰 관심을 받아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탄탄한 그의 팬층에는 음악을 하는 이소벨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의 그림과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바비칸 센터에서 글과 그림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가 함께하는 환상의 공연이 완성된 것이었다.
찰리는 워낙 그림을 그리던 사람으로, 그의 글씨는 그림체 같다. 의도적으로 캘리그래피를 선보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그의 책을 열었을 때 해독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었다. 선이 만들어내는 간단한 형상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메시지를 아름답고 묵직하게 전한다.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 이 페이지였다.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Kind.’ said the boy.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친절한 사람.’ 소년이 말했어요.
꼭 무언가가 될 거라는 답을 기대하는 질문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답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팬데믹동안 고립되고 분리되고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우리들 모두에게, 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따뜻하고 친절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폭풍은 결국 지나간다고. 우리는 이미 제각각 멋지다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기억하라고.
그의 그림과 메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를 직접 마나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 자리는 매우 설레는 것이었다. 나도 스케치북을 챙기고 공연장 가는 길에 오일파스텔을 사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현장에서 그가 가르쳐준 장면은 매우 간단했지만 한편으론 간단한 선과 도형이 형상이 되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몇 년이 지나도 처음 책을 만났던 날은 충격처럼 선명하고 미션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던 저녁들을 기억한다. 사람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삶이 힘들다. 찰리는 자신의 소명과 의미를 찾은 듯하여 부럽다. 충실하게 자신답게 살다 보면 찾게 될 것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나와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