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재밌어!
첫째 아이는 ‘발달지연’ 아동이다.
adhd이건, 자폐스펙트럼이건, 지적장애이건 모든 발달지연 아동들은 어릴 적에는 구분이 쉽지 않다.
보이는 증상들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눈 맞춤과 호명반응의 어려움, 언어지연과 그에 따른 인지지연, 상호작용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눈 맞춤과 호명반응은 3월에 뇌전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상호작용 발달 지연, 언어와 인지 지연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와 대화는 잘 되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의 관심사만 나에게 줄기차게 이야기한다.
감정이나 형용사 표현도 몇 가지 이외에는 아직 잘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언어는 이 아이에게 매우 어려운 모양이다.
나는 우리 아이의 재잘대는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
우리 아이가 나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다.
늘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반복해서 말해주지만 아이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계속 이야기해 주면.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이야기해 주면.
언젠가는 그 마음에 닿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아이는 최근에 어른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좋아졌다.
놀이치료 시간에도 치료사 선생님과 30분을 한 가지 놀잇감으로 주고받기 놀이가 가능해졌고 선생님께서 자기의 얼굴을 보고 감정도 읽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전,
남편과 종이 벽돌로 다리를 4층까지 쌓고 무너뜨리고 얼굴을 들이밀며 노는 중에 아이가 남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아빠 재밌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방에서 둘째와 놀다가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 아이가 이제 감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이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감격해서 남편과 이야기했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이 평범한 성장의 과정들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우리 가족에게는 이 조그만 발전이 정말 기쁜 사건이었다.
우리 아이의 이름의 뜻은 ‘기쁨의 열매’이다.
열매는 그것을 맺기까지 비도 맞아야 하고 더위와 추위도 견뎌야 하고 온갖 벌레와 캄캄한 밤과 외로움도 견뎌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런 걸까?
‘너’라는 열매가 맺는다면 넌 얼마나 아름다울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을 감사할 거리로 만들어 준 너를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