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미션을 시작하다.

by 청국


첫째 아이는 3월에 측두엽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머리 양쪽 측두엽에서 뇌파가 매우 자주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담당 의사 선생님 소견에 따르면 이런 뇌파는 초등학생이었다면 예후가 좋은 양성 롤란딕(양성 롤란딕의 경우 대개 성장하면서 뇌가 발달해 안정되면 뇌파가 사라짐)으로 진단했겠지만 우리 아이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39개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행인 점은 이 상태로 잘 관리가 되면 양성 롤란딕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고, 걱정해야 할 점은 우리 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


모든 것이 낯선 상황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우리 아이는 소아 뇌전증 환자가 되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도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니 뇌전증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 발병할 수도 있고 50대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더라. 그리고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알게 되었다.


처음 먹기 시작한 뇌전증 약은 케프라였다.

케프라의 경우 최근에 만들어진 약인데 부작용으로는 감정기복과 식욕부진이 대표적인 약이다.

우리 아이는 그리고 그 부작용을 그대로 겪게 되었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무렵부터 안 그래도 안 먹던 밥을 더욱 안 먹기 시작했다. 원래 편식이 심한 아이였는데 이제는 하루에 밥을 어른 숟갈로 한 숟갈 정도만 겨우 먹는 것 같았고 안 먹으니 몸무게도 1킬로나 빠지고 몸에 힘이 없어서 매일 누워 있고 피곤해했다.

게다가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져서 떼를 써도 5분이면 그치던 아이였는데 2시간을 내리 울며 짜증을 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픈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인데 잘 안 먹는 아이와 씨름하며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다 보니 엄마인 나도 지치고 하루하루 울컥울컥한 날이 많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병원을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고 이번에는 약을 오르필로 바꾸기로 했다.

오르필은 역시 감정기복이 부작용이고 케프라와는 반대로 식욕증진이 부작용인 약이다. 그래서 과체중인 아이에게는 권하지 않는 약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야, 원래 잘 안 먹고 마르고 또래보다 작은 아이였기 때문에 제발 식욕증진 부작용이 나타나라,,라는 심정으로 약을 먹였다.

5월부터 먹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감정기복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 곡기를 끊는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식욕이 줄어들었던 아이의 식욕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이가 잘 먹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참새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숟가락 가득 푼 밥을 입에 넣는 것만 봐도 배가 불렀다.


아이로 인해 처음 접하게 된 낯선 병명, 낯선 상황.

이 모든 문제들과 상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 엄마, 아빠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내 아이’ 바로 ‘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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