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아이고.. 어린아이가 어쩌다가..

by 청국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회피했다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연예인은 전국의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 상. 처.


그 연예인의 범죄는 분명 나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다.


지난 3월에 우리가 아이의 뇌전증 발병과 진단으로 인해 어떤 고통과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를 생각하면 그런 병명을 고작 자기의 병역 회피에 이용하기 위해 허위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정말 큰 상처가 된다.


첫째 아이는 19개월에 철결핍성 빈혈 치료를 받고도 인지, 언어, 신체 발달 모든 것이 느리기만 했다.

발달이 느린 거겠지... 우리 아이가 얼마나 똑똑했는데.. 이런 흔하지만 어리석은 부모의 착각 속에 빠져 있다가 상호작용도 잘 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이 개선되지 않아 우리는 가슴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25개월 즈음부터 언어 발달 검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3군데 정도의 언어치료센터와 소아정신과를 거치게 되었다.


우리 아이의 병명은 '상세불명의 발달지연'

아직 너무 어려서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언어와 인지, 신체 발달이 모두 1년 혹은 그 이상 느리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8월 즈음부터 동네의 치료센터에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부들부들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침을 흘리는 아이를 보게 되었다.

다니는 치료센터의 신경외과 원장 선생님께 여쭤봤을 때 듣는 것도 생소한 뇌전증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얼른 응급으로 병원에 가라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는...

어떤 정신으로 나와서 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간질'이라 불렸던 병, 소아뇌전증

대학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당장 MRI를 찍자며 검사를 잡아주셨고 그날 바로 응급으로 검사를 받게 되었다.


(후일담으로 의사 선생님은 사실 뇌종양을 의심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게 검사를 한 거라고... 그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하지 않으신 배려가 정말 감사하다.)


수면 유도제를 먹고 축 쳐져서 잠에 깊이 빠진 아이를 침대에 눕혀 이동을 하는데 병원의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한마디를 하셨다.

"아이고.. 이런 어린아이가 어쩌다가.. 쯧쯧.."


병원에 크고 작은 일로 오다 보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침대에 실린 채 옮겨지는 환자들을 간혹 보게 된다.

나도 그 환자들 중에 아기가 있으면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서...


그런데 이제 우리 아이가 그런 시선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외롭게 혼자 MRI 검사실 안에 누워 있었다.

아기야.. 아기야... 내 아기야..

내 목숨을 주어도 안 아픈 내 아기야..

내가 아프고 네가 안 아프다면 내 모든 것을 뜯어 줄텐데..

왜 네가 아프고 네가 그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 거니...


엄마는 울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그리고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감정기복이 거의 없는 아빠도 병원 밖에서 눈물을 삼켰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부모의 눈물을 먹고 그렇게 3월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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