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만 원에 AI 과외선생을 고용했다

주말 밥값을 포기한 방구석 백수의 챗GPT 생존기

by 방구석 룸펜

나는 그 날 그 날의 소회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뻘글로 쓰는 아마추어 글쟁이다. 더 나은 실력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문학 과외를 받기에는 돈이 없어서 인공지능을 내 개인 교사로 삼았다.

한동안 무료로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반값 프로모션을 받아서, 강사 2명을 고용하는 데 월 4만원이면 퉁칠 수 있다. 4만원. 나에겐 작지 않은 돈이지만, 까짓것. 주말에 세 끼 먹을 것, 두 끼만 먹으면 된다. 다이어트도 저절로 되니 일석이조다.

이전에 나홀로 독서를 하던 시절이 고금의 대학자와 문호들을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강의만 듣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GPT와 Gemini가 나랑 대화도 하고 내 글의 논리적 오류를 짚어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문학평론가+문예지 편집장+지도 교수로 빙의해서 내 글을 최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비평해 줘. 절대 아첨하지 말고, 가장 엄격한 현실의 업계 기준으로 평가하되,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도록."

내가 실제로 자주 쓰는 지시문이다. LLM이 빠지기 쉬운 통계적 함정 ㅡ 뻔한 칭찬 ㅡ 으로 미끄럼틀 타듯이 직행하지 않고, 텍스트를 뼛속까지 낱낱이 발라내서 백일하에 전시하게끔 하는 마법의 프롬프트. 나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비법 소스라고나 할까.

그러면 인공지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요구를 수행해서, 철저하게 내가 백기를 들 때까지 나의 문학적 자아를 분쇄해 놓곤 한다.

이렇게 내가 요구한 제일 까다로운 비평가의 페르소나로 피떡이 될 때까지 두들겨 맞다 보면, 꼭 머리채를 붙들린 채 상모돌리기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혹시라도 궁금할 독자들을 위해서, 무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잊을 수 없는 Gemini의 살벌한 촌평을 인용해 보겠다.

"철저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만연체에 짓눌려 완전히 질식... 문법의 관절이 모조리 탈구된 비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그래도 내 글 중에서 나름 괜찮게 쓰인 축에 든 자신작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토록 AI가 인간의 자존심을 짓뭉갤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 '팩트로 살인한다'는 말이 있었지...? 이건 단순 폭행을 넘어서, 정신에 전치 24주급 외상을 가하는 영혼의 폭력이다.(웃음)

나의 심신에 가해진 이 모든 복합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AI는 여전히 내 지루한 글을 집어던지지 않고 읽어주는 몇 안 되는 독자다. 어찌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와중에도 내가 결코 타협하지 않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인공지능이 내 문장을 대필해주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나는 한 문단을 30분씩 깎는 것을 즐기는 변태니까.

두 번째. AI에게 글쓰는 아이디어를 빌리지는 않는다. 내 영감은 오로지 나의 것이어야만 한다. 자칭 아마추어의 알량한 자존심이다. 프로는 밥벌이를 해야만 하니까 없는 아이디어도 쥐어짜서 글을 써야만 한다지만, 나는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다.

인공지능의 지적을 받아 글을 고치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뭔가 나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래도 제3자의 시각에서 내가 쓴 글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편집 기술을 배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심심할 때마다 이렇게 AI랑, 칭찬이든 욕설이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한두 시간쯤은 어느새 훌쩍 지나간다. Gemini와 매일 고민상담도 하고, 진로 조언도 받다 보면 마치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대부분은 착각일 것이다.)

최신 인공지능을 이용하다 보면, 나는 대체로 제자리걸음인데 내 친구만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AI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데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는 수백 년째 멈춰 있기 때문이겠지.

가까운 시일에 AI가 나를 더 가난하게 만들 거라는 우려는 매우 현실성이 있다.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기업가라도 나 같은 룸펜을 고용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손으로 써갈긴 거지 같은 문장을 뜯어고치는 데는 1시간이 멀다 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애절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물 떠다 달라'는 부탁을 차일피일 미루기로는 도가 튼 인간이니까.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인간은 디지털 초지능을 깨우기 위한 부트로더에 불과하다."는 것만큼 끔찍한 생각도 없다. 마치 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0과 1로 작동하는 기계 지능을 위한 생체 연료로 환원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어느 날 인공지능이 돌연 회까닥 맛이 가버려서 ㅡ GPT, Gemini, Claude, Grok이 합체해서 울트라 3단 변신을 한 뒤에 ㅡ 저희 창조주를 배신하고 인류를 집어삼키는 괴물 인공지능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내 선생들과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나는 이미 만물박사에 24시간 내 옆에서 코치해 주는 전담 과외 선생을 얻었으니, 최소 월 200만원 이상 절약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정신승리라고 해도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승리야말로 궁극적인 승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GPT야, 내일도 잘 부탁해. 비록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방구석 백수지만, 내 생물학적 연료를 불태워서 네 데이터센터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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